이인제(李仁濟) 고문진영의 한 인사는 20일 "점퍼를 입고 버스 한대로 전국을 누비며 500만표를 얻었던 97년 대선때로 되돌아갔다"는 말로 최근 이 고문 진영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제 혈혈단신이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경선에서 질 것이라는 관측은 이고문 캠프에서는 농담 정도로 인식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 이후 정치상황이 급변,'양이(兩李)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노무현(盧武鉉) 고문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단 한번도 당내 선두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었던 이 고문이 최근 2주 동안의 3차례 여론조사에서 모두 노 고문에게 패했다. 광주 경선 패배는 치명적이었다. 민주당의 본거지에서 영남출신 노 고문이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하면서 당내에 '보은론'이나 '대세론' 대신 '영남후보론'이 다시불거져 나오고 있다. 캠프내의 상황도 나빠졌다. 북적거리던 여의도의 두 군데 사무실이 요즘은 전같지 않다. "될 사람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해온 동교동 구파가 이 고문에 대한 암묵적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울산 선거책임자였던 김운환 전 의원이 다대.만덕 지구 사건으로 구속된데 이어부산 출신 김기재(金杞載) 선대위원장이 다음 차례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갑작스런 상황악화에 이 고문 캠프의 일부 관계자들은 '음모설'을 제기했다. 광주 경선이나 한화갑(韓和甲) 고문 사퇴, 김 전 의원 구속, 방송사의 여론조사 발표등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이다. '김심(金心)' 개입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특정주자 당선을 '보이지 않는 손'이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모설이 이 고문측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을 뿐아니라 '노풍'이 인위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고문은 19일 저녁 대책회의를주재하면서 "그 문제는 더 이상 운운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켰다는 후문이다. 대신 '노풍'의 실체와 인간 노무현에 대한 검증을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김윤수 공보특보는 사견임을 전제로 "노 후보의 재산이 이 고문에 비해 두배가량 많고 형이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으며 부산에서 변호사를 할 당시요트를 즐겼다는 것은 팩트"라면서 "서민의 탈을 쓴 귀족"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또 "이 고문은 노동부장관 시절 고용보험법 제정, 해고근로자 복직등에 앞장섰지만 노 고문은 해양부 장관때 어민을 위한 개혁을 한 것이 뭐냐"며 노 고문의 개혁노선을 비판했다. 또한 최근 경선대책회의에서는 "이인제의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건방질 정도로 당차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이미지가 IJ의 정체성"이라면서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욱 파이팅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이 '노풍'의 거센 파고를 견뎌낼 것인지의 첫 실험대는 오는 24일 강원경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