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지역 대선후보 경선은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나머지 후보 4명이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회장 주변에선 누가 1위를 차지하느냐 보다는 '까치밥'(늦가을에 감을 딸 때 까치 등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몇개 남겨놓은 감)을 누가 더 많이 먹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관전평들이 흘러나왔다. 이 후보는 제주와 울산,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내준 종합 1위자리를 만회하고 텃밭인 대전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흔들리는 대세론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이 후보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초반 예비선거에서 번번이 참패했지만 마침내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됐듯이 나도 이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파죽지세로 민주당의 자랑스런 후보로 나서겠다"면서 "과거를 뒤집어놓는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개혁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노무현 대안론'의 급부상을 경계했다. 이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이기는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해 "수백번 여론조사에서 이인제가 가장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만큼 단 한번의 여론조사로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며 `영남후보론'에 대해 "이 땅에 영남과 호남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충청 정서를 자극했다.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계룡산 도사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정씨가 잘 된다고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정치가 이대로 좋다고 만족한다면 모르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동영이 대안"이라며 "젊고 유연한 리더십을 갖고 부패와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내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노무현 후보는 "감나무에 빨간 감이 많이 달려있는데 까치밥은 좀 남겨달라"며 "대전에서 그동안 이인제 후보를 밀어준 것은 지역대표여서가 아니고 본선 경쟁력을 믿은 것이지만,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바뀌고 있다"며 '대안론'을 강조했다. 전날 광주에서 파란을 일으킨 노 후보는 "지역주의를 뛰어넘고 분열을 거부한 광주의 선택을 깊이 생각해달라"며 "당내에서의 순위는 필요없으며 이회창 총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중권(金重權) 후보는 "어제 참모회의를 했는데 이인제 후보의 고향이기 때문에 우리는 2등이 목표라고 했다"며 "넉넉하게 상대를 포용하는 충청도의 양반정신과 경상도의 보수성, 선비정신이 화합하면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후보는 "국민회의에 입당하면서 고향에서 미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분열과 갈등이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며 "판사와 여러번의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당 대표를 지낸 내가 믿음직스럽게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며 경륜을 강조했다. 한화갑(韓和甲) 후보는 "어제 광주시민들은 고향사람을 제쳐놓고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를 1등으로, 충청 출신인 이인제 후보를 2등으로 뽑았다"며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화합을 이루라는 광주시민의 명령을 교훈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고향에서의 참패를 소화해내는 데 애썼다. 한 후보는 또 "동쪽에서 믿는 예수와 서쪽에서 믿는 예수가 다르고, 동쪽의 대통령과 서쪽의 대통령이 달라서는 결코 세계 1등 국가가 될 수 없다"며 동서화합을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맹찬형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