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북한 방송들에 따르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및 남미 등지에서 주체사상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지난 6일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모하마드 마하티르 총리로부터 6.15선언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북한을방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 선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 등 각국의 사회주의 정당들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새 사회건설을 위한 세계정당 제6차 토론회'에서 6.15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4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토론회는 북한 조선노동당과 멕시코노동당, 중국공산당, 쿠바공산당, 베트남공산당, 러시아연방공산당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및 아메리카의 44개국89개 정당 및 단체 대표들이 참가했다. 북한이 이처럼 6.15선언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대하는 것은 다분히 이 선언의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 선언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6.15공동선언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장래와 관련해 비전을 제시한 것이지만북한은 미국의 방해로 이 선언이 이행되지 못한채 자칫 사문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위기감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평양방송은 지난 13일 "6.15공동선언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의 이정표가세워졌으나 부시행정부의 등장으로 6.15선언의 이행에 제동이 걸리고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도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또 지난 7일 "(미국이) 남한과 주변 일대에 최신예 전쟁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면서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키고 있다"며 "이는 역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의 이행을 파괴하고 우리 민족의 자주 통일을 가로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지난달 26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공동 새해맞이 행사가 무산됐을 때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담화(3.3)를 발표해 "새해 첫 통일행사로서 6.15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민족단합과 평화, 통일의 대회로 훌륭히 준비됐으나 미국의 방해 때문에 이 행사가 무산됐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김영남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남북한 통일노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듯이 북한은 6.15선언에 대한 지지 기반을 넓히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통일에 대한 지지를 함께 이끌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6.15공동선언의 국제적 지지를 넓히려는 것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면서 분단된 남북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려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으로부터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