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 난민지위 인정과 한국행을 요구하며 농성하다 중국정부에 의해 '추방'된 탈북자 25명이 이르면 16일 늦어도 내주 초에는 서울에 도착한다. 베이징에서 15일 오후 3시께 중국 남방항공 CZ 377편으로 샤먼(廈門)을 경유 이날 밤 9시47분(한국시간 밤 10시 47분)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당초 필리핀이 대북관계를 고려해 마닐라 공항에서의 탈북자 단기 체류를주장함에 따라 16일 오후 5시 20분 대한항공 KE-622 편으로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할예정이었다. 그러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탈북자들의 서울행과 관련, 한국측의입장을 배려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서울 도착 일정이 다소 유동적이다. 또한 로일로 골레즈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탈북자 일행이 마닐라에 도착한뒤한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직접 공항에 나가 탈북자들을 만났다고 밝히고 이들이 "3일내로" 필리핀을 떠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에 앞서 정부 당국자는 15일 밤 "당초엔 추방된 탈북자 25명이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하면 거기서 하루이틀 정도 체류시킨 뒤 17일 혹은 18일 입국시키려 했으나필리핀측이 대북관계를 고려, 탈북자의 조기 한국행을 강력히 희망해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설명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탈북자 사건은 중국-스페인-한국 정부간 물밑 외교교섭을 통해발생부터 한국도착까지 단 3일만에 신속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였으나 상황변동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0대가 11명이 포함된 탈북자 일행은 이르면 16일 오후, 늦어도 내주초 입국하는대로 ▲정부관계부처 합동신문 ▲탈북자 정착지원기관인 하나원 입소 ▲국내정착과정 등의 수순을 밟게 된다. 특히 이들은 마닐라 도착 직후 의료진으로부터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고 우리 대사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공항내 격리 장소에서 일단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베이징 출발에 앞서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했으며, 중국은기존 원칙대로 이번에도 탈북자들에게 지난 51년 난민협약상의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았다. 탈북자 신병의 이같은 처리에 대해 외교부 이태식(李泰植) 차관보는 "중국과 스페인 정부가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잘 감안해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생각한다"면서 "중국이 국제적으로 인권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로 본다"고 밝혔다. 스페인 외무부 대변인도 "우리가 추구했던 인도주의적인 방식으로 만족스럽게문제가 해결됐다"며 "상황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과 스페인 양측에 외교경로를 통해 인도주의적 처리에 대한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론 레드몬드 수석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스페인 양국이 신속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한 것에 사의를 표명한다"면서 이번 탈북자 사태의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환영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해당 대사관측과 협의를 통해 합의에 도달했다"고탈북자에 대한 3국행 조기추방 방침을 밝혔다. jh@yna.co.kr kkb@yna.co.kr (마닐라.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권경복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