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뉴욕 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로 촉발된 갈등을 일단 봉합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피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북한은 자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자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핵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조성된 양국 대치상태가 극한으로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양측이 1년이 넘도록 대화다운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金正日) 체제 비판과 북한 인권보고서가 제출된데 이어 이번에 핵 태세검토보고서까지 제출되면서 북한측이 이에 격노한 반응을 보여 가까운 시일 내에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14일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언급으로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와 잭 프리처드 대북 협상 특사가 13일 뉴욕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것은 상황 악화를 막아보자는 양측의 의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길연 대사는 미국과 회담을 가진 13일 미국과의 모든 협정과 대화를 재검토한다고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이것이 미국과의 회담 후인지 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단은 양측이 회담을 가짐으로써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토의를 계속하기로 함으로써 겉으로 표명한 강경 노선과는 달리 물밑 대화에서 서로의 `진의'를 어느 정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켈리 차관보는 박길연 대사와 프리처드 특사간 회동이 '유익한 만남'이었다고 평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낙관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과 미국이 일단 뉴욕 접촉 재개를 합의하긴 했지만 그 성과는 미지수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켈리 차관보도 이번 박길연 대사와 프리처드 특사간 회담에서 대화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등 과거 접촉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 대화 제의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가 순탄치 않음을 시인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관련 "최근 미국과 북한이 서로 내놓은 강경 성명들을 볼 때 이처럼 빨리 양측의 접촉이 재개된 것은 의외"라면서 "미국은 북한의 합의 파기 위협에 대해, 또 북한은 미국의 핵사용 위협에 대해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고 앞으로도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를 계속하기로 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