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5명이 14일 베이징(北京)의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했다. 남녀 성인과 청소년이 포함된 이들은 중국 경비원들을 밀치고 대사관 정문을 통과해 구내로 밀고 들어갔으며 이들중 한명은 진입과정에서 정문의 한 중국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을 도왔던 인사들은 이들이 한국행을 원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그리고 각개인들의 별도 성명들을 배포했다. 대사관에 진입한 이들의 명의로 된 성명서는 자신들이 6가족과 다른 3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영문으로 프린트된 이 성명은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고 처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의 불행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우리들중 일부는 중국 당국이 다시 우리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낼 경우 자살하기 위해 독약을 소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와 함께 자신들은 나이와 이름, 고향 등 인적사항을 담고 있으나 많은 이름은 만약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익명으로 기재됐다. 성명은 이들이 왜 스페인 대사관을 택해 망명을 요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스페인 대사관은 평소 다른 대사관들에 비해 정문 입구가 넓게 개방돼 있다. 이밖에 농민, 전직 경찰, 16세의 고아 소녀, 광부 등의 개별 성명도 배포됐는데 이들 성명도 모두 영문으로 번역돼 있다. 본명이 최병섭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성명에서 자신이 52세의 전직 광부로 한때 북한 노동당 당원이었다고 말하고 지난 97년 부인 및 3자녀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후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된 뒤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면서 특히 노동당원 출신이기 때문에 "만약 다시 붙잡힐 경우 매우 극심한 처벌을 받고 아마 사형당할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위해 한국행을 감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발생 30분후 중국 여러 기관의 보안요원 30-40명은 대사관 밖으로 모여 행인들에게 중국어와 영어로 "미안합니다"를 외치면서 대사관 접근을 막고 있다. 한편 현장의 기자들은 이날 대사관으로 진입한 사람이 약 20명이라고 전했다. 또 사건후 일단의 스페인 외교관들이 대사관 건물 밖으로 나와 경비원들과 얘기를 나눈 뒤 건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상민 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