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전의 `분수령'이 될 광주지역은 투표를 사흘 앞둔 13일까지도 선두주자를 점칠 수 없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물밑에서는 각 후보진영의 사활을 건 득표전이 한창이었다. 광주 선거인단은 1천932명(국민선거인단 956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3%에 불과하지만, 광주의 표심이 수도권의 경선판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주.울산의 경선이 혼전양상을 보이면서 광주 선거인단 가운데 부동표가 늘어난 점도 후보들의 애를 태우는 요소이다. 민주당 광주시지부 관계자는 "호수에 떠있는 백조와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위는 고요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물갈퀴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인단의 참여 열기는 타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어서 광주시지부측은 9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선거인단인 이모씨(47.여)는 "꼭 투표장에 나갈 것"이라며 "선거인단에 뽑힌 다른 사람들도 투표는 꼭 하겠다고 하고, 특히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6명의 주자 가운데 이인제-노무현-한화갑 후보가 3강, 정동영-김중권 후보가 2중, 유종근 후보가 1약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인제(李仁濟) 후보는 대세론 약화로 부담을 안고 있지만 지난 대선때부터 다져온 조직과 본선 경쟁력을 검증받았다는 장점이 여전하고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대안론이 급부상하는데다 자원봉사 조직의 열성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한화갑(韓和甲) 후보는 조직표에서 단연 앞서고 광주지역 6개 지구당 위원장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이 강점이나, 도청 이전문제로 악화된 정서와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취약한 조직기반 때문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여성과 젊은 유권자의 지지가 두드러졌고, 김중권(金重權) 후보는 구여권때부터의 조직과 16대 총선에서 아깝게 낙선한 데 대한 동정론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며, 유종근(柳鍾根) 후보는 가뜩이나 열세인데다 수뢰설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근태(金槿泰) 고문의 후보사퇴는 개혁성향 후보에게 약간의 보탬이 되지만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김 고문이 제주, 울산에서 얻은 표가 미미한데다 고해성사에 대한 광주지역 여론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 울산에서 나타난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광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영남에서 영남후보를 밀었다고 해서 광주에서도 호남후보를 밀면 경선 자체가 퇴색한다"는 반론이 적지 않은 상태. 당원 선거인단인 고모씨(42)는 "영남출신이라도 인물이 좋고 능력만 있으면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각 후보들은 선거인단과 맨투맨 접촉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한 유권자는 "모든 후보진영에서 전화를 받았다"며 "아직 돈봉투 주겠다는 사람은 없더라"고 말했다. 중앙당 선관위가 폐쇄토록 한 권역별 선거사무실의 경우 광주시지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모두 폐쇄됐다"고 말했다. 비공식적으로는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일반시민들은 한발짝 떨어져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경선을 참관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줄을 잇는 등 타지역보다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회사원 백정훈씨(41)는 "사무실내에서 민주당 경선에 관한 대화는 별로 없는 편"이라면서도 "노무현씨가 뜬다니까 약간 흥미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