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 의원 탈당에 이어 이부영(李富榮) 부총재와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이회창(李會昌) 총재 당무 퇴진과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공식 요구하는 등 당내분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김덕룡(金德龍)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데다 홍 의원도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류-비주류간 대립 속에 연쇄탈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덕룡 의원계 일부를 포함한 당내 개혁세력이 동반 탈당, 개혁신당창당을 모색할 경우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가속화되면서 정치권 구도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본 방문에 나선 이 총재가 귀국후 최근의 당내분 사태에 대해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 지 주목되고 있다. 홍사덕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당 분열이 계속되면서 집권 가능성이 심각하게 손상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 총재의 당무 퇴진과 최병렬(崔秉烈) 부총재의 총재권한대행 임명, 집단지도체제 즉각 도입을 촉구했다. 이부영 부총재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이 비상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당을 위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 당의 화합을 꾀하고 향후 진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총재단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이 총재를 비롯한 당 주류측은 이같은 비주류측 요구를 일축하며 기존의 당체제를 유지하면서 양대 선거에 임한다는 뜻을 밝혀, 주류-비주류간 대립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비주류측의 이 총재 당무 퇴진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대선 뒤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당론을 결정했는데 뒤늦게 이를 문제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주류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했다. 당내 보수파인 김용갑(金容甲) 의원도 개인성명을 내고 "정권창출을 훼방하고 재를 뿌리는 정치꾼들은 더 이상 당을 흔들지 말고 당을 떠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류-비주류간 대치 양상에 대해 최병렬 부총재는 "나를 총재권한대행에 임명하라는 것은 홍 의원 개인 생각"이라며 "이 총재 측근들도 당의 화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