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제주.울산 경선 결과 예상과 달리 판세가 대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각 주자 진영은 경선전략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인제(李仁濟) 대세론에 제동이 걸리고, 노무현(盧武鉉) 대안론이 부상하는가하면 김중권(金重權), 한화갑(韓和甲) 고문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등 당초 양강 구도가 나타날 것이라던 각종 여론조사와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와 울산 표분석 결과 조직과 지역정서 혹은 연고, 투표당일 유세가 판세를 갈랐다는 것이 각 주자 진영의 대체적인 진단이어서 이들 변수에 대한 보완작업에 각 후보 참모들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각 주자진영은 내부적으로 무엇보다 대의원과 당원의 조직표가 결정적인 변수라고 보고 직접적인 대면접촉 혹은 스킨십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선거과열과 혼탁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로 부상한 노무현 고문측은 그동안의 연설 내용을 상대공격의 네거티브형에서 비전제시의 포지티브형으로 수정하는 한편 누구도 과반득표가 어렵다고 보고 2순위표 결집을 통해 선호투표제의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노 고문은 11일 "지금까지는 전선을 분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상대 공격형 유세를 해왔지만 이제는 본선경쟁력을 강조하고 비전과 계획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순위표는 이인제 후보가 많이 나오겠지만 2순위표를 짐작해 봐야 한다"며 다른 후보들에 기표한 선거인단의 2순위 기표를 분배하는 방식인 선호투표제에 기대를 표시했다. 초반 타격을 받은 이인제 고문측도 이날 오전 김기재(金杞載) 선대위원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고 광주.대전을 중심으로 경선 전략을 점검했다. 이 고문측은 제주에서 한화갑 고문의 선전 기반이 된 연청과 청년회의소 조직대책, 상대측 비난공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20-30대에 지나치게 근엄하게 비치는이미지 개선, 현역의원의 지구당 담당제를 통한 대의원 등과의 스킨십(피부접촉) 강화, '지역에 대한 애정' 발언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대변인격인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조직과 연설을 보강하고 행사참석 중심의 일정에서 스킨십(피부접촉) 위주로 수정해야 할 것같다"고 말했고 다른 측근은 "평면적이고 판에 박힌 연설에서 벗어나 필요하다면 다른 후보들에 대해 각을 세워 나가는 유세도 필요하다"고 말해 공세적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초반 선전으로 3위를 달리고 있는 김중권 고문측은 조직의 열세에도 불구, 제주.울산 경선에서 '본선 경쟁력'과 '국정경험', 비전을 제시한 선거유세가 주효했다고보고 특별한 전략수정없이 호남, 충청지역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나가다 대구.경북등 영남지역 경선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선다는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생각이다. 한화갑 고문측은 제주 경선에서 1위를 했지만 울산에서 4위로 처진 것은 지역정서 때문으로 분석하고, 당 선관위에 지역주의 조장 발언에 대한 제재방안 마련 등을촉구했다. 한 고문은 10일 오후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문희상(文喜相) 조성준(趙誠俊) 의원 등 핵심 참모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지역주의 투표성향에 맞서 기존 당조직 및 직능 단체 등 조직력을 최대한 가동키로 했다. 초반 제주.울산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웠다가 조직과 지역정서에 가로막혀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진 정동영(鄭東泳) 고문의 한 측근은 "이제 마라톤 42km가운데 5㎞를 달린 것에 불과하다"면서 "꾸준히 쇄신 이미지와 세대교체를 부각시키면서, 호남과 수도권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와 김근태(金槿泰) 고문은 제주.울산 경선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함에 따라 중도하차 여부가 주목받고 있으나 다음 경선지인 광주에서 중위권에 진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