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민주당 제주경선 결과는 선거인단 확정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이변을 낳았다. 지난 7일 KBS 제주방송총국의 여론조사에서 27.7%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던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25.6%의 지지로 2위로 밀렸고, 당시 20%로 4위에 그쳤던 한화갑(韓和甲) 후보가 26.1%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기 때문. 또 여론조사 지지도가 23.1% 였던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18.6%의 득표율로 3위를, 20.9% 였던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16.4%를 얻어 4위에 그친 것도 여론조사와실제투표에 차이가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괴리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조직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고문은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제주지역에서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조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을 뒤엎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고문이 제주도지부 후원회장을 5년동안 역임해 왔고 측근인 고진부(高珍富) 의원(서귀포.남제주)이 실질적인 지역 책임자로 활동하는 등 조직기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는 것. 타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경선레이스가 시작된 지난 1월 중순께 제주에 조직을 구축하는데 한 고문측의 장벽이 너무 높아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당시한 고문이 1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경선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성적이 나오자 조직을 풀가동, 8일 낮에는 민주당 연청 소속 선거인단 60명 가량을 지지표로 확보하는 등 조직표 다지기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 고문이 한 고문에 간발 뒤진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사조직 성격의 '21세기 산악회'를 적극 가동하고 최근 제주도지부장에 자파 소속 정대권 위원장을 당선시키는 등 조직력을 강화한 덕분이라고 타 주자 진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고문이 '예상외로' 선전, 8.2%를 얻은 것도 김해김씨 종친회와 기독교 조직을 적극 가동한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그러나 당일 선거인단 상대 유세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직동원에 의한 고정표가 대세를 결정짓긴 했지만 투표장에 올 때까지 표심을 결정하지 못했다가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듣고 표를 결정한 부동층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세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이인제 고문과 각을 세워 발언수위를 높인데 반해 한 고문은 제주도 말로 '고맙수다'라고 인사하고 비교적 차분하게 지역문제에 관심을 쏟으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제주=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