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국민경선의 첫 출발지인 제주 한라체육관에는 9일 오후 한광옥(韓光玉)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원,선거인단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제분위기 속에 투.개표가 진행됐다. ◇사전행사 = 대회 사회를 맡은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국민 경선이 시작된후 제주지역에서만 지지율이 11%나 올라갔다"면서 "50일간의 선거혁명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김영배(金令培) 선관위원장도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국민을 향한 정치로 일대개혁을 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영광이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한광옥 대표는 "우리의 국정개혁은 계속돼야 하며, 과거의 부정부패를 반드시 쓸어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개표에 앞서 주최측은 사전 영상홍보물을 통해 한나라당이 집권했을때 사고공화국,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위기가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총재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등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한나라당의 북풍.세풍.각종 게이트 공세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모습 등을 비장감있는 음악을 배경으로 보여준 뒤 지난 1월7일 국민경선 합의 도출 등으로 당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정치개혁에 나서게 됐음을 홍보했다. 이어 시작된 퍼포먼스 `2002 필승 새천년 민주당'에서는 20대 젊은 무용수 10여명이 활기찬 율동으로 국민경선의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당측은 입장하는 선거인단에게 후보 홍보자료와 함께 생수와 빵을 나눠줬다. ◇주자들 움직임 = 7명의 후보들은 행사 시작 1시간여전부터 체육관 정문 앞에서 입장하는 선거인단을 상대로 악수 공세를 펴면서 막판까지도 표심잡기에 안간힘을 썼다. 후보들은 행사가 시작된 뒤에도 30여분동안 부인들을 동반한 채 선거인단석을 일일이 돌며, 지지를 호소했고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웃옷을 벗어든채 와이셔츠 차림으로 유세를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한화갑(韓和甲) 후보 등의 지지자 100여명이 지지후보의 이름을 연호하자, 김근태(金槿泰) 후보측에서 "연호는 불법"이라며 "선관위는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투.개표 = 민주당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전자투표 방식의 투.개표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신분확인대'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 10개중 1개가 내부 LAN(근거리통신망)에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 국지적으로 일시 지연이 있었으나 오후 4시55분 시작된 투표는 꼭 1시간만에 모두 끝났다. 당 선관위 발표 결과 전체선거인단 792명중 675명이 실제 투표에 응해 투표율이85.2%에 달해 이중 4명이 무효표로 처리됐으며, 117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이날 투표에 참가한 선거인단 중에는 신혼여행을 갔다가 막 돌아온 신부는 물론임산부까지 포함돼 있을 정도로 열기가 높았으며 이로인해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당선관위는 분석했다. 당측은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 중 일부가 투표방식을 몰라 일부 혼선과 지연이 있을 것을 우려했으나 이날 도입된 전자투표기가 은행권의 현금인출기 방식과 비슷해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오후 6시 김영배(金令培) 선관위원장이 공식 개표 결과를 발표하자 단상에 모여있던 후보자 7명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위원장의 발표 결과 예상을 뒤엎고 한화갑 후보가 175표(26.1%)를 얻어 1위로 확정되자 한 후보 지지자들 사이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172표(25.6%)로 2위를 차지한 이인제 후보와 125표(18.6%)로 3위에 그친노무현 후보 진영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 첫 경선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화갑 후보 진영에선 "역시 선거는 해봐야 한다"고고무된 표정이었으나 나머지 후보들은 예상밖이라는 표정속에서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제주=연합뉴스) 김현재 이강원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