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전날 정계개편론 관련 발언을 일제히 고강도로 성토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야당 총재를 이같이 정면 비난한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 총재의 발언을 받아들이는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청와대가 문제삼은 이 총재의 발언은 "정계개편론은 `반창(反昌)연대'니 신당이니 해서 한나라당을 약화시키고 분열시켜 정계를 변하게 하려는 것으로, 김대중 정권 진영이 정권연장을 통해 DJ정권 다음 시대를 열려는 것"이라는 대목.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은 7일 공식논평을 통해 "아무런 근거없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이 총재의 태도는 무책임하며 정치도의에 어긋난다"면서 "이 총재는 더 이상 무책임한 공세를 중단하고 자신이 약속한 대로 경제와 민생문제에 대해선 정부를 적극 도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김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이후 국정에 전념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며 이 총재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특히 이 총재가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탈당에 따라 급부상한 정계개편론을 여권의 '음모'로 돌림으로써 박 의원의 탈당 책임을 여권에 전가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며 "박 의원의 탈당은 이 총재 자신의 포용력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는 "이 총재의 발언은 한마디로 박 의원의 탈당이 정권연장 음모라는 얘기로서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반(反) DJ' 정서를 활용해 (대선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정략적인 발상"이라면서 "이 총재가 그렇게 과격한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박 의원의 탈당 이후 제기되는 정계개편 움직임에 마치 김 대통령이 관여한 것처럼 몰아감으로써 야당 내부의 동요를 막는 한편 실제로 정계개편이 일어났을 경우 파괴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김 대통령을 공격의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은 없음에도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내부모순을 정략적으로 대통령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그렇게 되면 모처럼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