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이후 상도동을 비롯한 구(舊) 민주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일련의 기류에 비춰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민주계가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계개편에 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덕룡(金德龍) 의원 탈당설, 강삼재(姜三載) 부총재의 경선 불참 및 부총재직 사퇴, YS 차남 현철(賢哲)씨의 재.보선 불출마,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의 재출마 결정 등에 비춰 민주계가 모종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강 부총재는 4, 5일 잇따라 상도동을 방문, 자신의 결심을 전하고 YS의 자문을 구했고 이어 김 지사가 6일 YS를 찾아 대선출마 포기와 경남지사 재출마 뜻을 밝히고 승낙을 받아냈다. 김 지사는 당초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대책위가 발족하면 이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 만큼 경남지사 재출마는 YS측의 이 총재 대선캠프 합류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철씨도 연초 `YS-이 총재 면담'에서 `8.8 재보선' 출마를 논의했다는 설이 흘러나온 점을 감안하면 현철씨의 17대 총선 출마는 일단 이 총재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없지 않다. 현철씨는 최근 사석에서 "지방선거 뒤 대규모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상도동측이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을 본격화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실제 민주계 한 의원은 "민주계가 내밀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상도동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박 의원 탈당은 당 지도부의 포용력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이 총재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의 이같은 비난 발언은 YS의 의중을 담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박 의원은 "향후 정치행보를 놓고 민주계가 모여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선 상당수 민주계가 이미 이 총재쪽으로 돌아선 데다 YS의 민주계 장악력이 예전같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민주계가 정계개편에 적극 참여하더라도 그 파괴력은 미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