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각종 인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특검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명목으로 이용호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 전 이사가 금감원 뿐 아니라 군과 검.경, 문화계 등 각계의 인사개입을 통해 국정에 적극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수동씨의 인사개입 단서가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달 이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에서였다. 특검팀은 이씨 집에서 이모 전 해군참모총장이 99년 3월 실시된 참모총장 인사를 앞두고 이씨에게 건넨 소개서를 확보했다. 이 전 총장도 "98년 하반기 서울 출장을 왔을 때 고향선배인 이 전 이사를 만나 경력을 적은 개인소개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뒤 별도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말해 이수동씨가 군인사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자리에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압수물에는 이 전 총장 외에 모 방송국 교향악단 관계자 및 여권 정치인의 인사서류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씨가 각종 인사에 `마당발'처럼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서울 W호텔에서 여권 인사들과 종종 회동을 갖고 각종 인사안을논의했으며 고위직 인사도 논의 대상이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씨의 인사개입은 본인과 주변 인사들의 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씨는 특검에서 "내 인사청탁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 최근 검찰인사에서도한 검찰간부는 내가 제대로 돕지 못해 핵심 보직에 오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전해졌다. 이용호씨와 함께 이수동씨에게 5천만원을 전달했던 도승희씨는 "외청장 인사에도 이수동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씨로부터 안정남 전 국세청장의청장 내정사실을 미리 전해듣고 안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씨 말의 진위여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지만 특검팀이 작년 11월 대검 수사때 모 검찰간부가 이씨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줬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중인 것도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용호씨 사건과 직.간접 연관이 없는 이수동씨의 인사개입 부분은 검찰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중이어서 그의 구체적 행적은 향후 검찰이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