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투기(F-X) 기종선정을 위한 평가작업을놓고 '특정기종으로 몰아가기'와 '국방부 고위층 외압'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과연 현 무기획득 시스템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을 맡고 있는 국방부 주요 간부들은 한마디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무엇보다 이번에 F-X 사업을 추진하면서 획득 시스템을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전의 경우,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와 가격협상이 끝나면 이들 2개 자료를 국방부가 보고받아 그것을 토대로 기종결정을 위한 평가작업을 벌였다. 국방부 사업기관이 기종결정을 위한 평가의 주체였던 만큼, 권력의 의중을 읽고 방향을 트는 것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의 획득 시스템은 기종결정 평가 과정에서 국방부가 완전히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8∼12월 공군 F-X시험평가단의 해외 시험평가에 이어 2002년 1∼2월 국방부 조달본부의 가격협상및 가계약이 이뤄진 뒤, 1단계 기종결정을 위한 평가가 국방부가 아닌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공군본부, 조달본부,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등 4개 전문기관으로 나뉘어 각각 별도의 전문 평가작업이 진행중이다. 한 마디로 기종결정을 위한 모든 자료는 완전히 세분화돼 4개 평가기관의 말단전문 평가요원들에게 나눠져 있는 상태에서 평가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각 기관들이 상대방의 자료를 알지 못함은 물론 국방부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사업담당자는 6일 "과거에는 기종결정권이 상부에 있었지만, 지금은 4개전문평가기관의 말단 박사들에게 있다"며 "이들 전문 평가요원도 자기가 맡은 분야의 데이터 수백개를 컴퓨터를 통해 입력하고 모의실험을 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며 특정업체를 봐주거나 상부에서 외압을 가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국방부가 하는 일은 이달중 4개 평가기관이 ▲수명주기비용(35.33%) ▲임무수행능력(34.55%) ▲군운용적합성(18.13%) ▲기술이전및 계약조건(11.99%)등 1단계의 4개 평가요소에 대한 평가결과를 보고하면 이미 공개된 평가기준에 따라 산술적인 가중합(가중치를 곱하고 제 요소를 더한 것)을 하고 오차범위 3%안에 들어오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평가기관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 뿐이라는 게 국방부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최근 3급 군사비밀인 공군 시험평가결과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고, 공군 대령의 '국방부 고위층 외압' 의혹 제기 등을 포함해 F-X 사업을 둘러싸고 의혹설이 불거지고 있는 것과 관련, 과거와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평가작업에 참여하다 보니 일부 내용들이 유출되고 있고 특정 업체의 과도한 로비 등이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국방부는 분석하고 있다. 논란중인 핵심기술 이전에 대한 평가점수를 0∼100점이 아니라, 60∼100점으로 하도록 재지시한 것은 이미 작년 11월 공청회와 12월 기종결정 평가방안 정책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한 것이고 미국 등 다른 선진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볼 때 1단계 평가에서 미국의 F-15K, 프랑스 라팔, 유러파이터 등 3개 기종이 오차범위 3%안에 들어올 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나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한미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일반 국민이 '미 보잉의 F-15K로 이미 내정하고 그쪽으로 몰고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종결정 평가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심으로 냉정하게 지켜봐 줬으면 하는 게 국방부의 바람이다. 이와 관련, 김동신 국방장관은 5일 긴급 관계기관장 회의에서 "사업종료후 청문회가 있더라도 전혀 문제가 있을 수 없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한 점 의혹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