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일 양국관계를 경색시켰던 역사교과서 왜곡 재발방지를 위한 한일 양국간 역사공동연구가 내달부터 본격화된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총리간 정상회담에서 역사공동연구기구 발족에 합의한 뒤 그동안 실무협의를 통해 '역사공동연구위' 구성방안에 합의하고 내달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 연구위가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와 같은 일본 극우세력에 의한 제2, 제3의 역사왜곡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공동역사연구 성과물의 교과서 반영 문제가 일본측의 반대로 끝내 무산된 것도 이같은 부정적 관측을 뒷받침한다. 당초 우리 정부는 `만성병'인 일본의 역사왜곡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왜곡교과서에 대한 공동기구의 수정요구권 부여 등 강력한 조치까지 구상했지만, 한일 실무교섭 결과는 연구결과물의 교과서 반영 여부조차 발족합의문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자국의 교과서 문제를 다른 나라와 협의하고 교과서 제작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는 일본측 입장이 완강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대신 '각국의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공동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연구성과물을 최대한 활용키로 노력한다'는 원칙에 일본과 합의했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공동연구의 성과가 교과서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위 활동이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이었던 지난 97년 역사왜곡 논란 방지를 위해 설치했던 `한일역사연구촉진 공동위'의 실패했던 전철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시 그 기구는 공동연구 결과의 반영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 미비로 학자들간의 논쟁만 거듭한 채 뚜렷한 성과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97년과는 달리 역사공동연구위를 지원.감독할 정부가 참여하는 '지원위원회'가 새로 구성된다는 점을 진전으로 내세우며, 정부가 관여하는 만큼 공동연구 성과가 교과서 제작에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자율적인 교과서 검정과정을 이유로 민간교과서 제작에 관여할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일 공동역사연구위가 앞으로 2년후 어떤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교과서 제작에 직접 반영시키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과서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면서 "이번을 교과서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