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신병 인도 재판은 아직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은 탓인 지 원고와 피고 양측의 설전이나 신경전 등에 따른 긴장감이 엿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美검찰 "이씨 혐의 인도 재판 대상"= 미국 검찰은 26일 이씨의 혐의가 한미 범죄인 인도 협정에 따른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브라이언 레넌(Brian Lennon) 미시간주 서부 지구 연방검사보는 이날 이씨 인도재판의 예비 심리가 끝난 후 "한국 정부가 이씨의 체포를 요구하면서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3가지의 죄목을 적용했다"고 말하고 "이 가운데 뇌물 수수는 미국에서도 똑같은 범죄이므로 범죄인 인도 협정이 적용될 수 있을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넌 검사보는 그러나 나머지 두 혐의에 대해서는 담당 판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변호인단, 한국 정부 미국내 활동 조사=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가까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업하고 있는 교민으로 변호인단에 참여하고 있는 현태훈(미국명 제임스 현) 변호사는 이씨가 면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전했다. 현 변호사는 1999년12월 발효된 범죄인 인도 협정을 1997년에 발생한 '세풍' 사건에 소급 적용하는 데 따른 절차상의 문제 제기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지난 3년동안 교포나 이씨 가족 등에 대한 협박 또는 회유가 있었다는 소문이 누구와 연계됐는가에 대한 방증을 조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씨가 정치범임을 보여 주는 증거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씨 수의 차림으로 출정= 이씨는 얇은 모직 라운드 티셔츠와 면 트레이닝 복 차림에 맨발이었던 일주일 전의 인정 심리 때와는 달리 이날은 반소매 상의와 바지로 된 오렌지색 수의를입었고 흰 양말에 역시 오렌지색 슬리퍼를 신었다. 이씨는 이날 낮 2시5분(한국시간 27일 새벽 4시5분)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두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채 입정했으며 수갑을 풀고 자리에 앉아서는 방청석을뒤돌아보며 한국 기자들에게 미소를 보내는 등 여유를 보이려고 애썼다. 이씨는 약 25분간 진행된 심리 도중 새로 바뀐 남성 통역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변호사와 의견을 교환하는가 하면 뭔가를 열심히 메모하는 등 부지런한 모습이었다. 변호인단은 이씨가 새로 이감된 뉴웨이고(Newaygo) 카운티 교도소는 수감자 복장을 오렌지색 수의로 통일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이감 이유는 켄트 카운티 교도소가연방 시설인 아닌 데다 수용 인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웨이고 교도소 역시 지방 시설이지만 연방법원과의 계약에 따라 연방 범죄자들을 다수 수용하고 있고 이씨가 켄트 교도소에 있을 때에는 12명이 한 방에서 지냈으나 뉴웨이고 교도소는 절반인 6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 담당 판사, 한국 정부 입장 강조= 조지프 스코빌(Joseph Scoville) 미시간주 서부 연방지법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재판을 부당하게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급적 심리를 조속히 진행할 방침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씨의 조기 송환을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한국 정부는 우리가 얼마나 신속히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의 인정 심리에서 스코빌 판사는 검찰측에 대해 기소장 번역본을 이씨에게 주지 않은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씨의 입장에서도 아직 판결을 받지 않은 죄 때문에 미국에 구금돼 있는것은 부적절하다며 양측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이날 심리에 앞서 변호인단 소견서 제출과 이에 대한 검찰측의 답변서 작성에 각각 3주일이 필요하다고 합의했으나 스코빌 판사가 소견서 제출후 1주일만인 3월26일 다시 심리를 열어 진행 상황에 따라 검찰 답변서 제출 시한을앞당기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다음 심리 일자가 마침 봄 방학 기간이어서 자녀들과의 여행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며 검사와 변호인단의 의견을 물었으나 모두 상관 없다고 대답하는 바람에 그대로 결정됐다. 한편 이날 심리에서 피의자측은 인정 심리 때와 마찬가지로 이씨와 통역, 그리고 데이비드 다지(David Dodge), 현태훈, 문경표 변호사 등 5명이 자리를 같이 했으나 검찰측은 지난번의 3명에서 이날은 레넌 검사보 한 명으로 줄었다. (그랜드 래피즈(美미시간州)=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