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대변인은 2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론한 부분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 외무성대변인은 "부시는 이번 행각기간에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제도의 변경에 대해 운운하고 지어(심지어)는 우리의 최고수뇌부(김 위원장)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는 망동까지 부렸다"며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함부로 건드리고 우리 제도를 헐뜯은데 대해서는 그가 설사 인간으로서의 초보적인 이성마저 잃은 사람이든 정치적 미숙아이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 방문에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지적하며 "북한이 미국의 대화제안을 수용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기 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이 밝혔듯이 북한은 그들의 `최고수뇌부'를 건드리는데 대해서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매우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부시 대통령은 물론 고위 관료들이 김 위원장을 언급할 때마다 강력히 반발해 왔다. 지난해 1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김 위원장을 `독재자'라고 지칭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대변인은 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빌려 "망나니 언동"이라고 비난했다. 또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8월 파월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기간중 북-미대화를 언급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발족 당시 우리의 최고수뇌부에 대하여 험담을 한데 대하여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외무성대변인은 지난해 10월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지도부가 지나치게 비밀스럽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대변인은 담화에서 "한 나라의 국가수반이라는 사람이 면식도 없는 다른 나라의 지도자에 대해 무턱대고 이러쿵 저러쿵 시비부터 하는 것 자체가 초보적인 외교의례를 떠난 몰상식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은 절대적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86년 `수령론'에서 더 나아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제시했다. 이것은 `수령-당-대중'이 수령을 뇌수로 하는 하나의 유기체적 통일체이며 이들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그들 사회를 `사회주의 대가정'으로 표현하고 있고 가정에서 부모가 있듯이 그들 사회의 부모는 곧 김 위원장이라는 논리이다. 이런 이유로 `최고수뇌부'를 건드리는 것은 곧 북한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에서 "우리 체제에 대한 부시의 망발은 그 체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우리 인민의 민족적 감정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와의 대화 부정 선언이나 같다"고 강조한 것은 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