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을 통해 조지 W.부시 대통령의 대화 재개 제의를 거부함에 따라 남북관계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3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표명된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문제삼아 서울서 열릴 예정이던 제5차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남북관계를 정체시켰었다. 이같은 남북간 소강국면이 작년 9월 장관급회담이 재개되기까지 6개월간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남북관계 장기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작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들어 남북관계가 장기간 정체로 이어지지만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대화에 있다"며 "북한이 일단 체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회담결과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긍정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의 비난이 부시 대통령의 언급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즉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에 정부 당국은 우선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아리랑 축전'개최 성공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간 분위기 개선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시기가 경제적 수요가 늘어나는 봄철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미국에 대한 반발과는 달리 대남관계에는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부시 대통령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반테러와 비확산이라는 대명제에 기반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남북간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남북 장관급회담 등 본격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남북경협추진위원회,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 등은 북미간 경색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난하는 북측의 반응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남한에 대한 비난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남북관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