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2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남북분단의 상징인 도라산역을 방문해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방문때 남긴 말이나 지난 12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의회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파월 장관은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남북한이과거 오랜 역사속에서 한 민족으로 지냈던 것처럼 다시 한 민족이 되는 방법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원론적이나마 남북통일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뜻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8년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방문했을때 남긴 메시지와 유사하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나의 이번 한국 방문이 한국의 통일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등 이 지역의 현안을 순조롭게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밝혔다. 지난 93년 북한의 NPT탈퇴(3.12)와 이에 대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 정책으로 북ㆍ미 긴장이 고조됐다가 한 고비 넘긴 상황은 최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1.29)으로 북ㆍ미 양국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다 한 고비 넘긴 지금과 비슷하다. 지난 93년 북ㆍ미 양국은 일주일간의 1차 고위급회담 끝에 북한은 NPT 탈퇴를유보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배제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북ㆍ미공동성명을 같은해 6월11일 채택했다. 지금도 북ㆍ미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서도 북한과 미국은 잇따라 `무조건대화 재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남북화해를 기원하는 `덕담'만 하지 않고 대북 경고성 발언을 빼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93년 클린턴 대통령은 6.11공동성명을 채택하고도 북한에 대해 "핵을 개발해 사용한다면 북한정권은 최후(the end of their country)를 맞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을 `악'으로 규정하는 상황에 비춰보면 부시 역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해 사용한다면 북한정권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발언할 수도 있다. 또 부시 대통령의 `남북통일' 시사 발언 역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일 것으로 관측돼 `1국가 2체제의 공존'을 통한 연방제 통일을 강조하는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