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을 찾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그가 언급한 '악의 축' 대상국인 북한을 눈앞에 두고 '도라산 연설'을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그가 북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에 따라 경색된 한반도 주변 정세가 풀릴 수도 있고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방한전 그의 대북관련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 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대북 대화 가능성도 항상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유화적인 접근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 및 이란 이라크 등에 대해 군사행동 등 강경목소리를 내면서도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도 희망했다. 때문에 정상회담과 관련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대화'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이와 관련,정부 당국자도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과 같은 자극적인 대북발언을 하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악의 축'에 대해 한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 등을 미국에 설명했고,미국측도 우리의 입장에 대해 공감했다"면서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도 이 점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뿌리깊은 대북불신을 감안할 때 그의 비무장지대(DMZ) 방문과 오산기지 방문 등 두차례 주한미군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돌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 대면때까지 조심스럽다.사전에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우리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방한때 주한 미군부대를 방문,자국 군인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북한의 침략가능성에 대해 강한 대처를 역설했다. 지난 92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후 방한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DMZ관측소에서 "우리 군대의 능력에 의문을 품는 자는 '사담 후세인'이라는 한마디를 기억해야 한다"고 북한을 겨냥했다. 비교적 대북 유화론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난 93년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 들러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중·일 순방을 앞두고 라디오 연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DMZ를 방문한다"면서 "대량살상무기로 자유를 위협하는 북한을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힌 부시 대통령의 발언수위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