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20일 정상회담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현재 진행형'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 동맹관계와 대북 햇볕정책, 통상현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무기 문제, 북미대화 재개문제 등을 집중 조율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 WMD와 재래식무기 후방배치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등 현장상황에 따라 회담결과가 판가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사전조율을 통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대해 큰 틀의 의견접근을 보았지만 회담 직전까지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을 계속할 방침이다. 고위 외교당국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를 정해놓고 들어가는 회담이 아니다"면서 "아직 조율이 끝난 것이 아니며 마지막까지 미국측과 할 수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막후 조율의 창구는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안관 안보보좌관. 두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는 19일 오후 접촉을 갖고 쟁점사안에 대한 막판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의 WMD 발언 수위 = 김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WMD 확산 문제를 대(對) 테러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는 만큼 "북한의 WMD 위협에 대해 미국과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을 강조, 미국측의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통령은 회담에서 WMD 문제의 중대성 인식, 조속한 해결 필요성, 대화를 통한 해결 등 3원칙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김 대통령은 북한의 WMD 위협을 한국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WMD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하며, 반드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측에 WMD 해결에 나서도록 직접 촉구할 방침임을 미국측에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WMD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경우 회담은 의외로 꼬일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미 도쿄에서 '악의 축'으로 지목한 3개국에 대해 `모든 대응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WMD 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회담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래식무기 언급 =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해 어느 수위까지 거론할지도 회담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기본적으로 남북문제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으나 주한미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미국의 관여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게 우리측의 인식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재래식 무기를 후방으로 배치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경우 북미.남북간에 복잡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재래식무기 후방배치를 요구하고 나올 경우 그 대응논리로6.15 남북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주둔을 용인키로 정리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다시 강도높게 제기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재래식무기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간 공조를 바탕으로 군사적 신뢰구축조치 등을 통해 점진적인 해결을 기울이는 식으로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시 대북 메시지 =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과 도라산역 연설 등을 통해 북한에 던질 대북 메시지의 수위도 한미정상회담의 전반적인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부시 대통령은 WMD 문제 등에 대해선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등 '강온 양면'의 언급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악의 축'과 같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고강도의 표현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리 외교당국자들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