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방한 기간중 4조2천억원 규모의 한국 차세대전투기(FX) 사업과 관련,미국 보잉사의 F-15K 기종을 선정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할 것인가. '그렇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해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우리측에 미제 전투기 구매를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북한에 대한 잇따른 강경 발언이 FX 사업을 따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미국측은 F-15K의 구매를 우리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김동신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운용성을 거론하며 F-15K의 우수성을 홍보해 간접적으로 구매압력을 행사했다. 또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로이 블런트 미 하원의원도 FX 사업과 관련, "(청와대 방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보잉사의 F-15K에 매우 긍정적 자세인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해외 언론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부시 대통령이 방한때 1백대의 F-15K 전투기 구매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해 미국 정부의 구매압력 가능성을 기정 사실화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보잉 등 군수업체들의 강력한 로비도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무기판매에 적극 나서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미국 보잉이 4천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의 군용기 프로젝트인 미국 통합전투기사업(JSF) 사업에서 탈락,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미 정부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잉을 도와줘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철저한 군산복합체제가 작동하는 미국, 특히 부시 정권에는 군수업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보잉의 군용기 공장이 문을 닫으면 미국의 정치.경제에 미칠 파장이 엄청나다는 것도 부시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미국측의 압력을 의식하듯 우리 정부도 FX 사업 관련 계획을 일부 번복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4일 열린 FX기종 선정을 위한 마지막 가격 협상에서 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사업포기 등을 포함해 FX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를 뒤집고 "사업 계속 추진"쪽으로 급선회했다. 국방부는 FX 사업의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등 일부 '덜 급한'사업을 연기하면서까지 FX 사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측의 구매압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선물'로 FX 사업을 주기 위한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오는 4월 초 기종선정 작업을 끝내고 2008년까지 차세대전투기 40대를 구매하는 FX사업에는 현재 미 보잉사의 F-15K를 비롯해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의 유로파이터, 러시아의 수호이(SU-35)가 막바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