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워싱턴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반도 화해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과 북한을 개방시키기 위한 적절한 대응이란 분석이 상존하고 있다. 자연히 부시 대통령의 방한 성과에 대한 전망도 전문가에 따라 간격이 크다. ◇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 북.미 관계를 지난 94년 제네바협약 이전으로 후퇴시켰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외국을 방문한 경험이 세번 밖에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때는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 같은 균형잡힌 노련한 외교관이 있었지만 지금 부시 내각에는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부시 발언은 한반도의 화해는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까지 훼손시켰다. 물론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다르다. 행정부내 강경파들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그냥 놔둘수 없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도 올해 중간선거를 치러야 한다. 한국에 새 대통령이 확정될때까지 북.미 관계에는 큰 진전이 없을 것이다. ◇ 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외교정책이 남북 긴장완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인식을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의 대화제의를 북한이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이번 순방때 바로 잡히길 기대한다. 현재 한.미 관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국관계는 비교적 건강하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라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UN의 핵무기사찰 요구를 받아들이고 한국의 호의적인 대화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확고히 해줄 필요가 있다. 또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는 점도 분명하게 강조해야 한다. 생산적인 순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하나의 재앙이었다. 김 대통령이 준비도 안된 워싱턴에 너무 빨리 왔고 어떤 관리도 그런 사정을 미리 말하지 못했던게 문제였다. 이번 부시 대통령의 한국 방문도 특별히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속 지지하겠지만 외교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아무런 조건없이 언제 어디서나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악의 축 발언으로 미국은 한국에서 통일반대세력으로 인식되고 반미 감정만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