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체사상은 김일성 주석 사후 통치이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그 대체 이념으로 강성대국론이 제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북한사회인권연구센터 소장은 14일 발표한 논문 「주체사상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통해 김 주석 사후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데다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주체사상은 대내적으로 기능부전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결국 강성대국론이 공식적인 김정일 시대의 지도이념으로 제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강성대국론은 김 총비서가 "국정의 최고지도자로 취임하면서 제시한 국정목표이자 비전이고 통치이념으로 특징지어지는 이념체계"라며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부강한 이상향으로서의 이미지 창출에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강성대국론을 정보산업에 접목시켜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확신감을 조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정보산업 육성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은 북한의 마스터플랜이며 이것을 창시해 낸 사람이 김 총비서라는 논리로 강성대국과 정보산업을 김 총비서의 개인숭배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소장은 이어 북한 지도부가 주체사상을 통해 "주민들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서의 자각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현실에서는 주민들의 개인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라는 주체사상은 체제로부터 이탈의 이론적 근거로까지 활용되고 있다"며 한 탈북자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되던 중 "자기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주체사상의 힘으로 죽음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고 증언한 사실을 사례로 들었다. 서 소장은 "그렇다고 해서 북한 지도부가 주체사상의 종언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이 없기 때문에 주체사상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앞으로도 "사상교양을 강화하고자 할 때 주체사상이 동원되기는 하겠지만 강성대국론에 통치이념의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총비서의 이미지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신, 60∼70년대 권력승계를 준비할 때에는 문화예술분야의 천재로, 70∼80년대 공식적 후계자로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을 때에는 주체사상의 계승ㆍ발전자로, 90년대 중반 체제위기때에는 선군사상을 주도하는 `장군님'으로 선전돼 왔으며 2000년을 기해서는 정보산업 육성을 통한강성대국 설계자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