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연(朴吉淵)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7일 북한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국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반열에 올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박 대사는 이날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과 동등한 입장에서 전제조건없이 대화를 속개할 의향이 있다면 부시 대통령의 그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언급해 왔듯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면서 협상도 하기 전에 조건부터 내거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간 대화 또는 적대관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대사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 대해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북한 외교부의 반응을 되풀이하면서 "미국이 대화와 협상의가면까지 벗어던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세계 각국의 정부를 혼란스럽게 했으며 북한도 놀라게 했다면서 "우리 군과 인민은 미국의 어떤 움직임에도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이어 "미국이 아주 적대적인 정책 결정을 하는 주장을 계속하고 군사적인 선택을 한다면 우리 군과 인민은 똑같은 기준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선의를 보여주는 조치로 한반도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재래식 무기중 일부를 철수해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사는 "남한 당국의 입장이 외부 세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남한의 정책이 미국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한 한반도 통일은 진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간 대화 재개와 관련, 그는 6.15 공동 선언의 핵심은 외부 세력에 의존하지않고 남북한의 공동노력으로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6.15 선언을 성실히 수행하고 존중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적대적 정책이나 분위기가 개입된다면 남북간에 어떤 대화나 접촉이 가능하고 실현되겠느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박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회피한 채 일본의 지난 4일 H-2A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북한 외교부의 성명을 되풀이했다. (유엔본부 AP=연합뉴스)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