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정연설 이후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조율하기 위한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간 연쇄 접촉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에 대해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며 반발했던 북한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고 나서 미북간 직접 대화가 이루어질 지 여부도 주목된다. 박길연(朴吉淵)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8일 AP 통신 등과의 회견에서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도 불구, 언제든지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박 대사는 미국이 북한과 조건없이 평등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다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해나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보즈워스, 도널드 그레그, 리처드 워커, 윌리엄 글라이스틴 등 전직 주한미대사 4명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가 오는 23-26일 북한을 방문, 북미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평양측의 입장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또 부시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국정연설 이후 북한과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실무급 접촉을 벌였으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을 것이라고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이 8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미간에 국정연설 이후 접촉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와함께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러시아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통해 북한측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부시 대통령 방한준비 차 귀임한 양성철(梁性喆) 주미대사를 통해 미국측에 최근의 북미긴장 사태와 관련한 우려를 거듭 전달했다.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의 강경입장을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우려를 미국에 전달하는 등 여러가지 관심사안을 밝히고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이달 초 국장급 당국자의 방일기회를 통해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한 일본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고, 일본으로부터 부시 대통령 방일시 이같은 점을 미국측에 얘기하겠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도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한국방문에 앞서 일본에 들르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