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이 '추락이냐 이륙이냐' 기로에 놓였다. 미국 보잉, 프랑스 다소, 유로파이터, 러시아 수호이 제작사 등 4개 전투기생산 업체를 대상으로 4일 실시된 마지막 가격 협상이 불발로 끝났다. 이로써 총 4조2천억원을 투입, 2008년까지 40대의 최신예기를 도입하려는 F-X 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채우석 국방조달본부 차장은 이날 "지난달 열린 1,2차에 이어 마지막 가격 협상에서도 참여 업체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가격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김종천 국방부 획득정책관(육군 소장)은 "향후 F-X 사업을 어떻게 할지 검토해 이번주중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F-X 사업은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것이라는게 군 안팎의 분석이다. 김동신 국방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궤도 수정 불가피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투기 도입 대수 축소 △F-X 사업을 1∼2년 연기해 KF-16 보강 △첨단장비중 옵션 등을 통해 필요한 장비만 구입하는 문제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안들중 어느 것 하나도 선뜻 선택할만한게 없어 국방부로서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대수 축소도 쉽지 않다. F-X 사업은 당초 1백20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에서 우여곡절 끝에 그나마 40대로 축소된 것. 공군은 최소한의 전력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2개 대대급 40대 정도는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을 1∼2년 연기하는 것도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2년 연기해 차기 정권에 사업을 넘겨줄 경우 오히려 인플레 등을 감안하면 비용 자체가 늘어나지 결코 줄어들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옵션으로 요구한 첨단 무장 장비를 최대한 줄이고 지상 지원 장비 및 교환 부품.장비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계약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제기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 또한 '껍데기만 사온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견뎌내야 한다. 사업 자체를 아예 없던 일로 하는 '최악의 사태'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배수의 진을 치고 벌인 마지막 가격 협상이 결국 불발로 끝남에 따라 국방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며 "F-X 사업의 순조로운 비상은 결국 국방 최고책임자의 결단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 ----------------------------------------------------------------- < F-X사업 추진 일지 > 1995년 =공군 차세대전투기 1백20대 도입 합참에 건의 1996년 =전투기 도입 규모 80대로 축소 2000년 6월 =보잉 다소 유로파이터 수호이 등 4개 기종 제안서 접수 2001년 9월 =기종 선정 11월로 연기 11월30일 =F-X사업 평가요소 첫 공개 2002년 1월3일 =F-X사업 세부 평가요소 확정 공개 1월29일 =가격협상이 안되면 F-X사업 전면 재검토 발표 2월4일 =마지막 가격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