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6월 '조건없는 대북한 대화'에서 후퇴,'재래식 무기의 후진 배치'와 '대량살상무기(WMD)'의 수출금지를 사실상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인 신뢰조치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으로선 이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분간 북·미간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가=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뒤로 물리고 미사일을 수출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한 뒤 "그런 경우가 와서 북한과 대화에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을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북한이 우호의 제스처로 휴전선에서 군대와 대포를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이처럼 연이어 강공 발언을 내놓는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출 등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경우 미사일 등이 테러집단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또 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미국이 이러한 전제조건을 내세우는것은 북측과 대화에 뜻이 없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 어떻게 나올까=북한이 미국 요구에 순순히 응해 미사일 수출을 중단할 것 같지 않다. 미사일 수출을 통한 경제적 실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이 이뤄지지 않는한 재래식 무기를 후퇴시킬 수 없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대신 정체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미국의 압박을 비켜나가면서 경제지원 등을 얻어내는 '실리외교'를 펼쳐나갈 가능성이 있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막힐때 남한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한 경우도 있었다"며 "지난 94년 한반도 핵위기 발생때 북측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낸게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압박수위에 따라 북한이 2003년까지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는 '벼랑끝 외교'를 전개할 공산도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