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군사 및 아시아지역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강도높게 비난,햇볕정책으로 대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김대중 정부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이후 미 행정부내에 강경파(매파)들이 득세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본다. ◇제임스 린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같은 강경한 용어를 썼지만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선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을 상당히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그런 발언이 나온 것은 럼즈펠드 국방장관 같은 매파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 행정부는 여러번 밝힌 대로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지금같은 분위기에서 미국의 제의를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조셉 시린시오니 카네기재단 연구원=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단기에 승리로 끝낸 후 테러전쟁 전략이 옳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테러 후원국가들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이자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북한을 상대로 어떤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과의 전쟁은 남한의 존재 등을 고려할 때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강경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이 상황을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 북한은 부시의 경고를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온건파로 알려진 콜린 파월 국무장관라인을 접촉,진지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래리 웨첼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소장=부시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이 미사일수출 등을 통해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하면 참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또 제네바 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도 촉구한 셈이다. 일부에서 생각하는 미국의 군사적인 선제조치는 없을 것이다. 미·북 대화는 북한이 응하지 않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나와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달 중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햇볕정책의 원칙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