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은 이한동(李漢東) 총리와 진념(陳 稔) 경제부총리 등 내각의 주요 포스트를 유임시킴으로써 내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수혈, 국정운영의 효율성을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갖고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전면교체, ''탈(脫) 정치형'' 진용을 갖춘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 개각은 최근의 ''게이트 정국''을 극복하고 ''일하는 실무형''으로 내각의 진용을 짜 임기말 국정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김 대통령이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정책기획 특보로 재기용하고 경제전문가인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하는 등 청와대를 ''친정체제''로 보강개편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이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내각의 안정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총리를 교체할경우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상황에서 후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받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진 념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킨 것도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최근들어 대내외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경제회복 조짐을 가속화하겠다는뜻이 담겨 있다. 대신 김 대통령은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전면교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민주당 총재직 사퇴의 의미를 이번 개각을통해 거듭 확인했다. `일하는 내각''으로 새 진용을 갖추려는 김 대통령의 의중은 새로 임명된 장관들이 대부분 관료 출신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대북전문가인 정세현(丁世鉉) 국정원장 특보를 남북관계를총괄하는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잔뼈가 굳은 채영복(蔡永福)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과학기술장관에 발탁했다.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을 교육부총리로 내각에 포진시킨 이유도 그가 강원대,울산대, 한림대 등 대학총장을 3번이나 역임한 교육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보인다. 특히 신국환(辛國煥) 전 산자부 장관을 재기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신임 신 장관이 비록 자민련 출신이기는 하지만 일처리가 뛰어나고 구 상공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장관급 9명이 교체된 이번 개각에선 철저히 지역안배를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새로 임명된 9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를 지역별로 보면 영남(3명), 호남(3명),충청(2명), 강원(1명) 등이다. 아울러 새로 임명된 9명의 장관급 인사 가운데 40대 인사는 1명도 없고, 60대 4명, 50대 5명 등 전원 50-60대를 기용함으로써 내각의 안정감이나 중량감이 높아진것도 이번 개각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야당측이 당장 이 총리의 유임과 박지원 특보 재신임을 특징으로 하는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대해 "국정쇄신 분위기를 엿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공세에 나서고 있는 점이 김 대통령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개각에 대해 `이용호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사건을 무마하려는 `국면전환용'' 개각이 아니냐면서 총리와 국정원장 교체 등 `중립내각''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후유증이 뒤따를 조짐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이번 개각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퇴진시키고 경제부총리, 통일, 법무장관을 경질한 것 이외에는 뚜렷한 특징을 찾을 수 없는 `사실상의 보각''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선숙(朴仙淑) 신임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새로운 변화나개혁을 추진하기 보다는 그동안 진행돼온 국정개혁의 마무리를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사람을 연습시킬 시간이 없으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흔들림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