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최대계파이자 친당권파성향의 중도개혁포럼이 23일 내각제 논의 공론화에 의견을 모음으로써 당내외에 파장이 일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내각제를 고리로 신당창당 구상을 밝힌 것과 관련, 민주당과 자민련간 재연대나 통합 등 정계개편 가능성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한나라당측은 대선구도 흔들기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중도포럼 내각제 논의 = 중도포럼의 이날 모임에서는 내각제 문제가 상당히다양하게 논의됐으나 논의의 수위에 대해선 대변인격인 박병석(朴炳錫) 의원과 일부다른 참석자간 차이가 났다. 박병석 의원은 "회원들이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내각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고 발언도 많았다"면서 "이제는 내각제에 대해 논의해 볼 때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김민석(金民錫) 의원도 "''최근 내각제와 대통령 중임제 같은 개헌론이 제기되는데 이제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해 `공론화'' 수준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누가 정권을 잡든 1-2년내 개헌여부를 결정할 문제라는 이야기를 했으며 한마디로 JP식"이라며 "쇄신안을 추진하면서 외부의모든 세력을 결집시켜 내각제를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후 (개헌을) 하되, 그전에 모든 역량을 결집시키고 자민련과민국당,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도 내각제 찬성세력들의 세를 규합한다는 데 반대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균환 단장은 "당쇄신안을 정치혁명 차원에서 잘 추진해나가자는 얘기가 오가던중 개헌 얘기가 나오면서 의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내각제 얘기가 나왔다"며 "대부분 의원들이 내각제 찬성입장을 밝혀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하고 "그러나 세규합 등은 일부 의원이 개인 희망사항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병석 의원도 나중에 "오늘은 비공식 간담회로서, 내각제 문제는 대선전에는현실적으로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여의도 맨하탄 호텔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됐으며정균환 최명헌 김명섭 김민석 정세균 송석찬 강현욱 송영진 박병석 남궁석 김성순박주선 조배숙 박상희 유재규 설송웅 김덕배 박양수 의원등 18명이 참석했다. ◇당내외 반응 = 중도포럼의 내각제 공론화는 연초부터 개헌론이 계속 분출되고이에따른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와 당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내각제를 실현하고 물러날 후보가 있다면 지원하겠다"면서 내각제를 고리로 한 신당창당과 정계개편을 주장한 것과 관련시켜 민주당과자민련간 재연대 내지 합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왔다.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12월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선결국 다시 자민련과 손잡아야 한다는 현실론이라는 것이다. 중도포럼 소속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이날 모임직후 자민련 당사로 김종필 총재를 방문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즉각 환영 논평을 내고 "민주당내 일부가 당쇄신안의 일환으로 내각제 공론화에 인식을 같이 한 것을 의미심장한 노력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내각제 논의과정을 주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개혁파 의원은 "자민련과 연대하기 위해 내각제 명분을 심어주자는차원에서 중도포럼이 총대를 멘 것같다"고 분석했으며 한 당직자는 "느낌상 정계개편을 유발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대선주자중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측은 "계층.지역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권력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표명했으나 나머지 주자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인제 상임고문은 "권력제도는 국민이 선택할 문제로, 여론이 내각제를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분단국가로서 최소한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제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내각제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민련측 입장을 배려했으나 한 측근은 "이 시점에서 왜 내각제 논의가 나오는지 의아스럽다"고 `판 흔들기'' 시도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은 "현시점에서 개헌한다면 정부통령 4년 중임제가 더적절하다"고 밝혔고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측은 "느닷없이 내각제 얘기가 나와 어리둥절하고 뭔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학자들이 논의할 수는 있어도 지금 정치인들이 개헌논의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안될 줄 알면서내각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각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동교동계 한 핵심의원은 "대선후라면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대선후논의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추승호 이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