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항상 뉴스메이커였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란 점에서 그랬고, 여성지도자란 점에서 그랬다. 지금은 이회창 총재에게 도전장을 던져 더욱 그렇다. 아시아에 여성 대통령붐이 일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박 부총재의 대권도전 선언은 그 가능성에 관계없이 신선한 충격을 주는게 사실이다. 박 부총재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지난 주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대통령의 장점을 강하게 피력했다. [ 대담 = 김영규 < 정치부장 > ] ----------------------------------------------------------------- -얼마전 국정홍보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인 듯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마음에서 우러나온 판단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재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사실 당시는 빈곤극복 이외에는 의미가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문제도 있었지만 압축성장 전략을 추진해 다른 나라가 1백년 이상 걸려 이룬 산업화를 4반세기 만에 이루는 데 성공했던 점이 제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정치 입문 당시 선친의 ''후광''을 입은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이 ''그림자''로 작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정치를 하실 땐 국민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경제발전을 이루고 국가안보를 지켰지만 피해를 본 분도 있습니다. 한 시대가 모든것을 다 이룰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를 이룬 사회에서 리더십은 달라져야 합니다. 우선 아버지가 못다 이룬 정치 민주화를 꼭 이루겠습니다" -이회창 총재가 연두기자회견에서 대선 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집단지도체제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 부총재의 뜻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당론이 아닌 총재 개인의 사견을 밝힌 것이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이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감히 누가 그 선을 넘어 논의를 진행할지 우려됩니다. 당 개혁방안에 대한 총재의 부정적인 발언을 미뤄 볼 때 당 개혁의지가 없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회창 총재는 일전에 "당내에 주류·비주류는 없다"고 강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주류란 말은 제가 만든게 아닙니다. 소신에 따라 옳다고 생각한 것을 얘기하다 보니 비주류로 분류돼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지도자는 시대가 무엇을 요청하는지 정확히 알고 이를 실천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총재와 주류라는 분들은 시대의 흐름을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공정한 경선의 룰이 보장되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길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 룰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국민참여의 원칙, 공평.공정의 원칙, 지역균등의 원칙 등 3대 원칙을 당에 제시했습니다. 국민참여의 원칙은 이제 정당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수용해 당심과 민심이 따로 노는 현상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공평.공정의 원칙은 후보경선에서 프리미엄이 한쪽에 너무 많으면 시비가 있으니 이를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끝으로 지역균등 원칙은 대선후보는 나라 전체를 경영할 사람이니 각 지역 대의원과 골고루 접촉하며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정한 경선 룰''이 끝까지 관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탈당얘기가 끊이지 않는데요. "지금같은 경선제도라면 경선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부총재 경선 때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누구누구를 찍어라''라고 지시가 내려왔지요. 그런 상황이라면 경선에 나간다는 의미도 없고 경선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경선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당개혁도 물건너 갑니다. 그러나 탈당이나 신당 얘기는 한 적이 없는데 자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힘을 합칠 생각은 없으신지요. "두 분은 나라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을 대표했던 분들인 만큼 현재 남아 있는 지역갈등 해소에 일조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한 지금 그분들과 손을 잡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필리핀이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서 잇따라 여성 국가지도자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유교의 영향이 강한 한국에선 아직 여성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시기상조란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입니다. 특히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대결의 정치가 마감될 것입니다. 여성 대통령은 화萬?화합, 대화와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막상 집권할 경우 역대 다른 정권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기업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는데요. "그점에선 1백% 믿어도 좋습니다. 규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왜 안 풀겠습니까. 모든 국민의 역량은 경제발전에 모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인치가 아닌 국정 시스템의 작동이 시급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시스템 안에서 발전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양대선거를 앞둔 올해,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선거자금의 동원방법과 사용내역을 공개할 의향은 있으신지요. "지금까지 1백% 후원금에 의존해 왔습니다. 제가 가는 길이 나라를 위한 올바른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도와줄 것입니다. 한편으론 경선공영제를 실시해 프리미엄을 가진 쪽이 정당자금을 다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당에서 쓰는 모든 자금은 철저히 공개해서 같이 써야 합니다" -부부동반 행사도 많은데 독신이란 사실이 불편하지 않으신지요. "장점이 오히려 많지 않을까요. 가정이 있었다면 정치와 가정, 이 두개를 양립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인척이나 자녀 등 주변 때문에 어수선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