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존재에 대한 북한과 미국간의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유엔 활동의 일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사령부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대사는 특히 "유엔은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유엔의 깃발과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하루빨리 시정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강조했다. 박 대사의 이러한 주장은 다소 애매하게 들리지만 결국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요구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지난 58년 북한에서 중국인민지원군이 철수한 이후부터 주한미군 철수와유엔사 해체를 강도높게 요구해 왔으며 6.25 발발 50주년이 되던 2000년 3월에는 외무성 비망록을 발표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었다. 관계당국은 6.25전쟁 발발 직후 유엔 안보리가 결의84(50.7.7)에서 한국을 도와참전한 16개국을 지휘할 연합사령부(유엔사의 모태)를 구성토록 함에 따라 유엔사가태동한 것으로 밝히면서 북측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프레드 엑하드 유엔 대변인도 17일 "한ㆍ미 연합사에 유엔의 이름과 깃발을 사용토록 한 것은 유엔 회원국들"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계당국은 또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서도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것으로 북한이 유엔사를 거론하면서 간섭할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6.15 공동선언 채택 이후에는 "이러한 고무적인 과정에 부합되게 유엔도 냉전의 유물인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유엔사 해체를, 북ㆍ미 대화 재개가 거론되고 있는 최근에는 "남조선으로부터의 미군 철수는 조ㆍ미 관계 해결의 초미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주장이 유엔사의 존재를 무력화하고 미국과의 대화 재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