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재는 순리를 좋아한다. 경제는 순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모든 경제현안은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경제문제에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자유 시장주의자''로 불리는 것도 이런 경제관 때문이다. 따라서 김 총재와 자민련은 정부의 기업규제를 반대해 왔다. 김 총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관치금융이나 이른바 국가재정으로 기업부실을 퍼주거나 메워주는 식의 경제정책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각책임제가 도입되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나 볼 수 있는 시장경제의 파괴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김 총재는 그러나 국가가 응당히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김 총재가 총리를 지낸 시절(98년)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놓고 부처간의 이견이 심해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적이 있었다. 이 때 김 총재는 "고속철 건설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며 조속히 건설할 것을 명했다고 한다. 이른바 ''경제 백년대계(百年大計)론''이다. 그는 또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명제를 늘 가슴속에 지니고 있다. 자원과 시장이 척박한 한국 풍토에서 수출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그가 경제 관련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수출이 잘 되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온 것도 그래서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