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6일 이용호 게이트의 파문에 휘말려 낙마한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이명재(李明載) 전 서울고검장을 발탁한 것은 무엇보다 검찰조직을 쇄신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강도높은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신임 이 검찰총장 내정자는 대검중수부장, 부산.서울 고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업무추진력 등으로 검찰은 물론 법조계 안팎의 신임도 두터운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이 내정자는 `역대 최고의 수사검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오홍근(吳弘根) 청와대 대변인도 "이 검찰총장 내정자는 대검 중수부장, 부산.서울고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온화한 성품으로 검찰은 물론 법조계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통령이 이명재 전 서울고검장을 검찰 총수에 내정한 데에는 특히 자체 승진자 보다는 일단 검찰을 떠났던 외부인사가 검찰총장을 맡는 게 검찰개혁에 도움이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신승남 전 총장이 동생의 비리 혐의로 중도퇴진할 정도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강도높은 내부쇄신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이전 서울고검장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오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검찰의 안정과 본연의 사명을 다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검찰개혁에 대한 김 대통령의 의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명재 신임총장이 발탁된 데에는 그가 영남 출신(경북 영주)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두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위공직자 ''탕평인사''를 예고해 놓은 김 대통령은 호남 출신인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자진사퇴한 직후 이미 ''비호남'' 출신 가운데서 차기 검찰총장을 임명하기로 결심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이 출신지역을 이번 검찰총장 인선의 중요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은 이 검찰총장 내정자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후보들이 김경한(金慶漢.사시 11회.경북안동) 서울고검장, 김각영(金珏泳) 대검차장(사시 12회, 충남 보령) 등 ''비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당초 검찰 일각에선 김승규(金昇圭.사시 12회.전남 광양) 법무차관도 거론됐으나 애초부터 김 대통령은 `호남 배제'' 원칙을 세워놓아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사시 11회 출신인 이 내정자를 발탁한데는 검찰조직의 안정성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만일 12회 출신을 새 총장에 임명할 경우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의 생리상 12회출신의 일부 고검장급 인사들의 퇴진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김 대통령은 16일 오전 이미 복수로 올라간 후보 가운데 이 내정자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으나 이 내정자가 ''고사''하는 바람에 검찰총장 후임내정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