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검찰총장은 13일 밤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특검팀의 수사상황과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며 막판까지 고심에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생 승환씨가 특검팀에 의해 구속된데 따른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의 압박을 느끼면서도 임기제 총장의 중도하차가 검찰조직에미칠 충격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 총장은 작년 야당의 탄핵안 발의때까지만 해도 "내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잘못한 것도 없고 책임질 일도 없다"며 동생의 문제를 자신에게 결부시키는데 강한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동생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가 시작되고 11일 밤 승환씨에 대한 영장청구방침이 알려지자 검찰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고 신 총장의 부담감도 점차커져갔다. 여기에 승환씨가 이씨의 돈을 받은 뒤 검찰간부 5-6명과 수시로 접촉, 일부 검사들에게 전별금까지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급기야는 13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신 총장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장은 이날 오전 자신이 다니던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본 뒤 외부인사와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사퇴여론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으로서 특별히 할 말이 없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총장의 `말''이 화근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 행동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승환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대검 간부들을 비롯한 검찰 분위기는 `자진사퇴 불가피''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금까지 두 야당의 총장 자진사퇴 요구를 `정치공세''라며 일축해온 여당 관계자들까지도 신 총장의 `도의적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서자 상황은 `금명간사퇴표명''으로 치달았다. 사태의 추이를 감지한 듯 이날 밤 10시를 전후로 김각영 대검차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전원 호출을 받고 서초동 대검청사로 속속 모였고 차장실에 모여 장시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신 총장의 거취표명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대검은 이례적으로 청사 본관의 출입문을 모두 봉쇄한 채 보도진의 출입을 막았고 결국 신 총장은 밤 11시20분께 외부에서 사퇴의사를 밝혀왔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