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북한출신 주민(이하 북한이탈주민)의 72%가 남북 언어차이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4-11월 건양대 정경일 교수에게 의뢰해 북한이탈주민들의언어적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90%가 남북 언어차이를 실감한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4.8%는 정착 초기에 남한주민의 말을 ''다소'' 또는 ''거의''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생소한 단어(33.9%), 발음과 억양(27.4%), 의미차이(19.6%) 등을 들었다. 자신들이 하는 말을 남한주민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41.6%에 이르렀다. 반면 남한주민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는 응답은 24.1%, 자신들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응답은 16.9%에 그쳤다. 그러나 남한 언어에 적응이 잘 안된다는 응답자는 16.3%에 불과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탈주민 83.3%는 언어로 인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다고 응답했으며, 신분노출이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자가 63.1%였다. 부정적 영향의 종류로는 인간관계 악화(31%), 동정적 인식(24.8%), 금융거래의 불이익(18.8%), 결혼 장애(13.3%), 취업 장애(11.5%) 등의 순으로 답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영어와 한자로 인한 어려움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영어와 한자에 대해 각각 75.9%, 69.6%가 적응이 안된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GNP, YMCA 등 영어약어에 대한 인지도 점수가 50점 미만이었다. 덕(德), 인(仁), 도(道),시(詩) 등 한자의 인지도 점수도 50점 안팎에 머물렀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언어적으로 잘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생활 적응에서 ''제법'' 또는 ''충분히'' 적응된 경우가 남성은 25.7%인데 반해 여성은 41.2%였다. 신분노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남성은 11.3%인데 반해 여성은 27.8%였다. 정경일 교수는 남북 언어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남북한 교류.협력의 확대▲사회정착지원 제도의 개선 ▲북한이탈주민 언어교육위원회 구성 ▲정착단계 언어교육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1996년 이후 2000년까지 입국자 670여명 가운데 90명(전체의 14%)을 대상으로 사회 적응도, 언어 적응도, 어휘 적응도로 조사영역을 구분해 50여개설문 문항을 통해 실시됐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