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득렁 베트남 국가주석이 한-베트남 수교 이후 처음으로 오는 5월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을 방문한 천득렁주석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초청으로 5월 평양을 방문해 지난해 이후 재개되기 시작한 양국간의 협력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렁주석의 평양 방문은 지난해 7월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에 따른 답방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92년 한국과의 수교 이후 처음으로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사실상 이렇다할 외교관계가 없었던 양국이 지난해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문에 이어 이번에는 렁주석의 방문으로 50년대 김일성주석과 호치민 주석의 친선관계를 복원하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과 베트남은 50년대 밀월관계를 시작해 베트남전쟁 때는 북한이 공군조종사와 군수품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78년 12월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북한은 당시 캄보디아를 지원하던 중국편을 들어 베트남과의 관계가 멀어졌고 외교관계도 대리대사급으로 떨어졌었다. 84년 대사관계가 복원된 양국은 92년12월 한국과의 수교로 다시 관계가 악화됐고 96년 관계가 회복되긴 했으나 2000년까지는 큰 교류가 없었다. 따라서 현지 한국대사관은 5월 렁주석의 평양방문을 그저 김위원장의 방문에 따른 의례적인 답방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똑같이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과 베트남은 대외적으로는 주석이 국가를 대표하지만 이는 단순히 의전절차에 그치고 실질적인 국가의 주요업무나 외교관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농득만 공산당서기장이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김영남위원장의 하노이방문이 그랬듯이 이번 렁주석의 평양방문도 큰 내용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천득렁 주석의 북한 방문에서는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간의 경제협력과 북한에 대한 쌀지원문제 등 일부 비정치적인 문제는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김위원장의 방문에 앞서 30만t의 쌀을 요구했으나 베트남이 상환문제를 들어 이를 거절했었다. 한편 렁주석은 지난해 한국방문중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한간의 화해를 위한 촉매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한 적이 있어 남북관계의 진전에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특파원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