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회도 정쟁으로 지샜다는 부정적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국회는 연초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을 시작으로 △구여권의 안기부자금 유용 △언론사 세무조사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에 휘말리면서 정책대결보다는 정치공방에 치중했다. 자연히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대정부질문도 정치선전장으로 전락했다. 때문에 각종 민생.경제법안 등이 뒷전으로 밀리고 예산안 처리도 지연되는 구태만 재연했다. 올 국회는 임시회와 정기회를 포함,모두 3백52일간 열렸다. 국회법상 규정돼 있지 않은 1,3,5월은 물론 정치 하한기라는 7~8월에도 국회는 열려 있었다. 이는 한나라당 정인봉 의원 등의 검찰소환을 막기 위한 '방탄국회' 성격이 강했다. 법률안은 모두 2백47건이 통과됐다. 이중에는 부패방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의 개혁법안과 상가임대차보호법, 모성보호관련법, 특별소비세법, 법인세법 등 민생.경제법안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앞두고 관련법 처리가 미뤄졌으며,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 및 철도민영화 관련 법안은 해당 노조의 반발로 건교위에서 표류중이다. 이와 함께 사채의 최고이자율 제한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금융이용자보호법은 법안심사를 마치고도 재경위에 계류된 채 내년으로 넘어갔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우려,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예.결산 및 장관해임건의안 등 기타안건은 모두 1백37건이 처리됐다. 특히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깨졌고 여권은 국회에서 결정적으로 힘을 잃게 됐다. 한나라당은 10.25 재보선 승리로 과반의석에서 1석 모자라는 1백36석을 가진 '거야(巨野)'가 돼 사실상 국회를 장악했다. 그러나 교원정년 연장과 법인세율 인하, 건강보험 재정분리 등을 강행처리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이를 철회하거나 입장을 유보하는 등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