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피살사건'에 대한 19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87년 사건 당시의 은폐.왜곡경위 및 작년 경찰내사 중단과정이 소상히 밝혀졌으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있다. 가장 큰 의혹은 남편 윤태식씨가 사건이후 '유망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과정이다. 중학교 중퇴 학력에다 사기죄로 95년까지 실형을 살고 나온 윤씨가 불과 수년만에 세계적 최첨단 기술분야인 생체인식 보안기술을 개발, 유수 벤처기업의 실질적오너로 올라선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윤씨가 석방된 후 국가안전기획부가 직접 접촉.전화통화 등을 통해 윤씨의 동태를 감시해오다 91년부터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윤씨 회사와 안기부의 관계에 대해선 윤씨가 부인으로 일관하는데다 수사대상으로 보기 힘들어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씨는 실제로 전직 장관 L씨와 전직 의원 김모씨 등을 자사의 회장.고문으로 영입, 위세를 과시했으며 99년에는 윤씨 기업의 기술시연회 행사를 국가정보원이 지원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국정원측이 관여.지원했다는 추측을 낳고있다. 또 윤씨의 회사가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는등 로비를 벌였다는 설도 나돌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7년 사건은폐의 최고책임자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꼽은 수사결과도 개운치않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한국인 납치미수'라는 안기부의 사건 발표 내용이 남북관계에 몰고 올충격파를 감안하면 장씨 선에서 자체적으로 은폐.왜곡 방침을 결정, 처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씨가 최고위층에 사건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검찰은 "장씨가 이 부분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더이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작년 경찰의 내사중단 관련,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이 사실을 과연 몰랐느냐는 부분도 의문이다. 고 엄익준 국정원 차장이 임 원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다는 것. 이에 대해 검찰은 "엄 차장이 작년에 숨진데다 김승일 당시 대공수사국장 등 국정원내 다른 관련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진술이 없어 달리 수사할 방도가 없다"는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