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당권 분리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중진들이 이 문제를 놓고 반목과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분리론자들은 "시대의 대세인 정치개혁의 도도한 물줄기를 역류하면 참담한 결과를 맞을 뿐"이라는 입장이고, 이회창(李會昌) 총재측은 "정권창출이 최우선 과제인데 무슨 김빼는 소리냐"는 반응이다. 이런 대권.당권 분리 논의는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의 대선 경선도전 선언과 이부영(李富榮)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개헌론 요구와 맞물려 당내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 논의는 이미 당내 제세력간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으며 벌써부터 이회창 총재를 놓고 '친창(親昌)'과 '비창(非昌)파'로 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총재는 자신에 관한 문제라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국가혁신위 일부 핵심관계자들이 당권.대권 분리를 자신이 이미 수용한 것처럼 일부 언론에 흘린 사실을 내심 불쾌해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혁신위 중간보고는 공청회와 혁신위 전체회의를 거쳐 당헌.당규가 정한 절차에 따라 당론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간보고 과정에서 내용이 흘러나온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의 일단을 드러냈다. 현재 '친창파'에는 하순봉(河舜鳳) 박희태(朴熺太) 김진재(金鎭載) 강재섭(姜在涉) 양정규(梁正圭) 부총재와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이, '비창파'에는 최병렬(崔秉烈) 박근혜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루는 양상이다. 이런 갈등 양상은 12일 총재단회의와 당무회의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총재단회의에 앞서 박희태 부총재는 "우리나라 정치문화수준을 감안할 때 당권대권을 분리해봐야 큰 의미가 없고 설사 총재라 해도 지금의 당대표 수준밖에 안될것"이라며 "이 논의는 당권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잠깐 기분만 좋게 하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당파인 강창희(姜昌熙) 부총재도 당무회의에서 "당권.대권 분리 문제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며 마치 당론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차기' 도전을 명확히하고 있는 강재섭 부총재도 "당권.대권 분리 문제는 야당으로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그런데도 특정 신문에 의도적으로 흘리는 행동은 우리당에 이롭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기배 총장은 한술 더 떠 "전 당원의 염원인 정권창출을 위해선 당의 화합과 결속이 가장 중요한 이 시점에 마치 정권을 잡은 것처럼 당권 대권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권 대권 분리를 강력히 요구해온 최병렬 부총재를 정조준했다. 그는 또 "최 부총재 주장은 결국 대선 이후 당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게 아니냐"면서 "벌써부터 당권 얘기가 나오면 국민들은 야당이 권력싸움을 한다고 생각해줄 표도 안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재는 "과거 정권때와는 시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반발했고, 이부영 김덕룡 의원 등도 "당권 대권 분리는 움직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