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니콜 퐁텐느 의장 등 유럽의회 의원과 로마노 프로디 집행위원장 등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고위관계자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했다. 김 대통령의 유럽의회 연설은 아시아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인데다 한국과 유럽관계가 김 대통령의 영국, 노르웨이, 헝가리 등 유럽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전면적 협력관계'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년 들어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한 각국의 주요인사는 라우 독일 대통령(4월),슐스터 슬로바키아 대통령(5월), 달라이 라마 티베트 지도자(10월) 등이었다. 김 대통령의 연설은 11개국어로 통역되며 유럽 위성방송인 유로비전(Eurovision)을 통해 유럽 전역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유럽의회가 아시아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김 대통령에게 본회의 연설 기회를부여한 것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5개국이 회원으로 있는 EU가 한국을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세계평화와 한-EU 협력'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가 과거에는 서로 떨어져 있었으나 이제는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실크로드를 통해 하나로 연결돼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시아와 유럽간, 한국과 유럽간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자고 역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동은 동, 서는 서, 이들은 서로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고 한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키플링의 시 구절을 인용한뒤 "그가 지금 살았다면 그시는 이제 `동과 서, 서와 동, 이들은 서로 영원히 갈라서지 않을 것'이라고 바뀌었을 것"이라고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한국이 동아시아의 물류 및 경제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방대한 중국을 겨냥한 생산거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강조하면서 유럽연합 국가들의 한국 투자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우리의 대북 정책에 대한 EU의 지지에 사의를 표명하고계속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2002년 월드컵의 안전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유럽국가들의 관심과 성원도 요청할 방침이다. 유럽의회는 금년들어 3차례(1월 17일, 5월31일, 11월 16일)나 결의문을 채택,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인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김 대통령이 아시아 정상으로선 최초로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와 EU와의 관계는 교역과 투자,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한 차원 높은 단계로발전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 대통령은 3개국 순방 과정에서 거듭 `유럽과의 전면적 협력관계' 구축필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12일 오전 프로디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도 한-EU간 정상회담 정례화를 제안키로 하는 등 외교관계에서 유럽을 중시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정태익(鄭泰翼) 외교안보수석은 "김 대통령의 유럽의회 연설은 한국과 EU간 전면적 협력관계를 알리는 서곡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스부르=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