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중요한 실타래가 풀려가고 있는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온다면 그들을 용서하고 싶습니다" 지난 73년 중앙정보부에서 사망한 최종길(당시 42세) 서울대 법대교수의 타살가능성이 당시 중정간부의 증언으로 처음 제기된 10일 최교수의 아들 최광준(37) 경희대 법대교수는 담담하게 심정을 밝혔다. 최교수는 "처음부터 아버지가 타살에 의해 희생됐다는 확신과 더불어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생각으로 지난 28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이 오늘의 `성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교수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제한되고 미약한 권한으로 이 정도의결과물을 이끌어 낸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진상규명위의 노고를 평가했다. 최교수는 "당초 이 문제는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아닌 해당 국가기관에서 과거의과오를 스스로 밝힘으로써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을 이끌어 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최교수는 "진실이 100%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유족들의 `한'이 어떻게 다 풀릴수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중요한 것은 유족들의 `한풀이' 차원을 넘어 진상규명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들을 진정으로 용서하고 싶지만, 이는 가해자들의 자발적 진실규명노력이 앞서야 된다"며 가해자들의 양심선언을 촉구했다. 현재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에서 법률자문역을 맡으며 `의문사진상규명'을위해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의문사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으며, 선친이 유업으로 남긴 법학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의문사진상규명위가 모든 의문사에 대한 진실을 제때 밝히지 못했을 때에는 제 2, 3의 진상규명위가 필요하다"며 "아버지 무덤앞에서 드릴 말씀은 많지만 모든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가슴에 담아두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