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EU(유럽연합) 시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9일 저녁(한국시간) 부다페스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단 및 수행원과 간담회를 갖고 `유럽과의 전면적인 협력의 시대'를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과거 서구에 치중했던 대 유럽관계를 북유럽 및 중동부 유럽으로 확대하고 ▲무역과 투자에 치중됐던 유럽국가들과의 관계를 제3국 공동진출과 합작투자, 북극탐사, IT(정보기술) 분야 협력 강화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관계로 한차원 발전시킨 것을 이번 유럽순방의 성과로 꼽았다. 특히 김 대통령은 "우리가 중동, 아프리카, 발칸에 진출할 때 (유럽국가의) 도움을 받고 (유럽국가가) 아시아에 진출할 때 도움을 주는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볼수 있다"면서 "유럽과 전면적인 협력의 시대를 이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우리가 그동안 너무 미국경제에 의존해온게 아닌가 한다"면서 "미국시장도 바라봐야 하지만 다른 곳도 생각해야 한다"고 유럽과 중국시장 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상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과거와 같지 않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다변화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유럽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헝가리와의 전략적 제휴에 큰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발칸지역 재건사업 및 EU 시장 진출은 헝가리가 측면 지원하고, 헝가리의 중국 등 아시아 진출은 한국이 측면 지원하는 `윈-윈'의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할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 기업의 유럽진출이 EU의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004년 EU에 가입할 헝가리에 진출하는 것은 까다로운 규제를 받지 않고 사전에 EU시장의 판로를 뚫는다는 차원에서의 전략적 가치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8일 헝가리 거주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세계경제와 관련, "내년에는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근본적인 어려움은 미국의 구매력이 약화됐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동안에는 미국이 용케도 우리 물건을 사줬지만 이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예전같지 않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유럽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rw@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