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대권 분리론'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기류가 복잡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당내 비주류중진들이 잇따라 `당권-대권 분리론'을 제기, 주류와 비주류간 알력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분리론 제기의 배경을 놓고서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당권-대권 분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당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에 부응하는 카드를 내놓지 못할 경우 위기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도 작용하고 있다. ◇ 당.대권 분리론 찬.반 입장 = 최병렬(崔秉烈) 부총재와 비주류 중진들이 분리론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최 부총재는 "대통령의 권력 독점을 막기위해 당권-대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고, 김덕룡 의원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겸하면서 여당을 통해 국회를 장악하는 바람에 국회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었다"고 가세했다. 이부영 부총재는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는 한나라당에도 적용돼야 한다"고역시 찬성입장을 밝혔고 박근혜 부총재도 "정치는 당에 맡기고 국가지도자는 국정에전념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개진했다. 중진들의 이같은 주장에는 당내 영남권 의원들과 소장.개혁파 의원들중 일부도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회창(李會昌) 총재측은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려면 국무총리가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면서 "일각에서 `제왕적 총재' 운운하고 있으나 모든 사안은 당내 회의와 의총 등을 통해 결정되고 있는 것 아닌가"고 반박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현실적으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이 우리 정치풍토상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 측근은 "국가혁신위가 정치개혁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나서서 입장을 밝히면 혁신위 활동이 무력화된다"면서"혁신위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분리론 배경 설전 = 이 총재측은 분리론 제기 배경에 `포스트 이회창'을 겨냥한 측면이 다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재를 당권으로부터 격리, 당을 장악하려는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총재 측근은 "순수한 동기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2인자 자리를 겨냥한 노림수가 있다"고 관측했다. 당내 일각에선 오는 2004년 17대 총선 공천에 대한 불안감이 이같은 논의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직전 공천 파동을 감안,이 총재의 공천 물갈이를 견제하기 위해 분리론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측은 "정치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데 몇년 뒤 상황을 상정,분리론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병렬 부총재는 "정치발전의 핵심 의제로 분리론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2인자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짓"이라고 격앙된 반응을보였다. 김덕룡 의원측도 "원칙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들여다 보는 것은 다른 저의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분리론자 세력화 가능성 = 분리론을 중심으로 이 총재와 대치하는 세력군 형성에는 일단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최병렬 부총재는 "어느 누구와도 이 문제를 놓고 상의해본 적이 없고, 이 총재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면서 "국가혁신위에서 잘 처리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했고,박근혜 부총재도 세력화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덕룡 의원측은 "분리론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은 현재로선 가능성이높지 않다"면서도 "당내 기류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좀 더 지켜본 뒤 연대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총재측은 "당내에서 분리론을 주장하는 세력은 극소수일 뿐"이라고 세력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3일 최병렬 부총재와 김종하(金鍾河)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 보수 중진의원 20여명이 송년모임을 가진 자리에서도 분리론이 제기됐으나 대부분 반대하는 바람에 주요 의제조차 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 총재측 주장이다. 그러나 한 개혁파 의원은 "당내 민주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내년에 엄청난 폭풍이 밀어닥칠 것"이라며 "조만간 소장.개혁파 의원들이 모여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할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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