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는 30일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은 상책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양 대사는 미국 버몬트주의 주도 벌링턴에 있는 세인트 마이클대학 초청 강연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단합이 당장 이뤄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고 "당분간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너그러운 무대응(benign neglect)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대북 포용은 신뢰와 불신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이익과 혜택의 문제"라고 말하고 "그러나 상호 신뢰는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남북 대화가 되돌리거나 물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한국 정부가 긴장을 풀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이 대북 포용과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 이해를 높여 의심과 불신을 줄이고 안정과 안보를 제고하자는 게 대북 포용의 기본취지"라고 말하고 "지난 50여년의 남북 관계를 되돌아 보면 항상 순탄대로가 아니고많은 기복이 있었으며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경제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4개년국방정책보고서(QDR) 2001년판에서 핵무기 등을 보유한 일부 국가의 경우, 너무 강력한 정부 못지 않게 너무 취약한 정부도 잠재적 위협으로 꼽았음을 상기시키고 "북한은 이러한 면에서 가장 좋은 예"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