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4일 '3대 게이트' 연루의혹으로 물러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제2차장 후임에 이수일(李秀一)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임명한 것은 국정원의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파문'을 조속히 수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원 내부출신이 아니라 경찰 출신, 특히 감사위원과 감사원 사무총장을지내는 등 개혁성향이 강한 이수일 한국감정원장을 제2차장에 발탁한데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경찰과 감사원에서 관록을 쌓아온 이 신임 제2차장은 향후 신 건(辛 建) 국정원장을 도와 국정원 내부의 개혁작업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신 건 국정원장으로부터 후임 2차장 인선안을 보고받고 이수일씨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지난 15일 김 전 차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신 국정원장에게 "후임자는 신 원장의 책임하에 적임자를 추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 원장은 국정원 안팎을 대상으로 폭넓게 적임자 물색작업을 벌였으나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여의치 않아 김 전 차장 경질후 9일만에 후임자 인선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신 원장이 호남 출신인 점을 감안해 비호남권에서 후임자를 임명하려 했으나 인선기준을 충족하는 마땅한 인사가 없어 결국 전북 완주 출신의 이수일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기용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일찍부터 국정원 밖의 인사를 발탁하기로 인선 기준을 세웠다"면서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인사가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원 제2차장 인선이 늦어진 것은 신 국정원장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야당측의 공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야당의 공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대통령은 제2차장 인선을 매듭지음으로써 신 국정원장의 거취문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위법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사퇴나 해임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면서 "신 원장을 경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