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의 양 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이 쇄신파동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을 좀채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한 고문은 최근 "권 전 위원을 좌장으로 모시겠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였고, 권전 위원도 대외적으로는 "한 고문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표면적으로는 갈등의 봉합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동교동계 구파 인사들은 한 고문의 화해 제스처에 대해 "권 전위원을 쇄신대상으로 지목해놓고 이제 와서 좌장으로 모시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화해 불가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동교동계 구파는 특히 한 고문에 대해 '대선출마 4불가론'을 거론함으로써 최근쇄신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반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권 전 위원측에선 "다 준비돼 있다", "조만간 분위기에 변화가 있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의 한 관계자는 20일 "권 전 위원은 지난 9월 당대표 교체 때 한 고문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고집해 4가지 불가 이유를 들면서 경선을 포기하고 대표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었다"며 한 고문의 ▲병역면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비서출신 이력 ▲출신지역 ▲김 대통령과 완전한 동향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동교동계 구파가 민감한 병역문제까지 지적하며 한 고문에 대해 '불가론'을 펴는 데 대해 당내에선 한 고문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교동계 구파의 한 의원은 "한 고문이 40년 한솥밥을 먹은 좌장을 대통령 앞에서 쇄신대상이라고 지목하는 등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한 고문이 권 전 위원을 모시겠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권 전 위원이 연내에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해 갈등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고문은 이러한 주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받고 "그냥 놔두라"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 측근은 한 고문의 병역문제에 대해 "한 고문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교관 시험을 보느라 동가숙 서가식하면서 고향 집에는 편지로만 연락하고 하던 상황에서 징집영장이 집으로 나와 전달이 안됐으며 그후 소집면제 처리를 받았다"며 "당시엔 행정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이런 경우가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은 "한 고문의 입장은 동교동의 단합을 위해 적극 나선다는 것이며 필요하면 (권 전 위원을) 찾아가 뵐 것"이라며 "김 대통령 비서출신도 아니고 특정 대선주자에 경도된 의원들의 말을 동교동 전체 얘기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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