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4일 예결위를 열어 총 112조5천8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국 테러보복 전쟁에 따른 세계적인 동반경제침체에 대응, 국내 경기진작을 위해 5조원 가량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예산을 늘려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내년 양대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항목이 적지않다고 보고 대폭삭감에 나설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경기의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기부양을 뒷받침하는데 내년 예산안 심의의 초점을 맞췄다. 주택건설과 SOC 투자를 올해보다 크게 확대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와 벤처기업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을 8.7% 늘린 것도 이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의 주요 특징은 ▲재정의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하고 ▲그동안 기본틀이 갖춰진 복지체제를 내실화하며 ▲21세기 세계일류국가 진입을 위해 미래대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당정은 내년 실질성장률 5%, 종합물가지수 3%등 8% 경상성장률 예측치를 토대로 새해 예산안을 짰다"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원안보다 5조원 가량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확충재원과 관련, 강 위원장은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위 관계자는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는 야당이 우리당의 재정지출확대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적다"고 점쳐 5조원 상향조정 방침은 야당과의 심의과정에서 삭감폭을 고려한 협상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팽창예산 지적에 강 위원장은 "경기회복을 돕기위한 SOC 투자확대와 사회복지예산 확충 등 반드시 필요한 예산을 적정 규모로 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야당의 대규모 감세주장에 대해선 세입감소로는 재정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세부담률을 올해와 비슷한 21.9%로 유지하되 봉급생활자와 영세상공인 등에 대해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2조원 가량의 감세혜택을 줌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을 배려한다는 당의 정체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재정지출확대와 통화신용정책, 감세정책 가운데 가장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은 재정지출 확대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 지난 9.11 테러 및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따른 경기침체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적극 반영한다는 원칙아래 세부항목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하게 점검을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기침체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보고 경상경비 등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관례에 따라 통상적인 증액이 이뤄진 항목은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또 종전까지 일반회계에 치우쳐 온데서 탈피해 특별회계와 기금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논란이 돼 온 지역편중 예산은 과감히 시정키로 했다. 먼저 세입의 경우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안을 검토한 결과 대략 10조원 정도가 부풀려져 있다고 보고 삭감을 요구키로 했다. 정부가 세입으로 잡은 한국은행 세계잉여금 1조8천억원의 경우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서 세입으로 계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한국통신 주식매각대금 5조4천억원의 경우도 시세보다 2조7천억-3조원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또 내년 실질경제성장률을 각 전문기관의 전망치인 3%보다 2% 포인트 높은 5%로 전제하고 세수를 전망, 3조원대의 세수감소가 예상되며, 정부와 여야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또다시 2조원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출예산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7조-8조원의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결위 이한구(李漢久) 간사는 "아직 세입예산에 대한 삭감규모 및 재정적자에 대한 대책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삭감규모를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도"대폭적인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자민련 = 민생우선의 예산심의를 한다는 원칙에서 재정투자확대 보다는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통한 재정운용을 추진하고, 지역편중및 불요불급 예산을 삭감한다는 전략이다. 정우택(鄭宇澤) 정책위의장은 "성장률 둔화와 미 테러사태 등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특히 지난해 정부가 13조원의 세금을 추가징수한 사례는 소득이 1만달러 내외인 우리 국민들에겐 부담이 큰 만큼 국민부담이 실질적으로경감되는 방향으로 심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양대선거와 관련해 특정지역에 예산이 편중되는 것을 철저히 감시해 지역편중 및 불요불급 예산을 삭감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최이락 고형규기자